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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일기

4/10 봄이 피었다

나비사슴 2025. 4. 11. 06:41

꽃이 한창이다. 기억 속 봄은 개나리가 봄을 불러오고 목련이 바지런하게 움직이고 지기 시작할 즈음 벚꽃이 피곤했는데. 점심 먹고 산책하니 모든 꽃이 한꺼번에 피어 있었다. 올해가 유난히 오래 추운 모양이다 싶어, 동료와 기후 걱정 토크를 나눴다. 그래도 여러 꽃을 한 번에 볼 수 있다는 건 좋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산책을 하며 꽃 사진을 찍었다. 아이폰16E를 사면서 카메라 렌즈가 1개라고 비추하는 사람들이 많아 조금은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괜찮다. 막귀가 이어폰이 좋거나 나쁜 걸 잘 모르는 것처럼, 사진도 내게는 그런가 보다. 남긴 사진들이 꽤 만족스럽다. 요새는 여기저기 피어난 벚꽃 사진이 많이 남았다. 이 정도면 국화로 지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벚꽃이 너무 많다. 한때일 뿐이니 눈을 즐겁게 해 준다는 것으로 감사해야 할까?

목련도 예뻐서 사진을 찍어두긴 했는데, 마주했을 때 압도적으로 놀랍게 느껴지는 건 벚꽃이긴 한 것 같다. 목련은 보통 한 그루지만, 벚꽃은 가로수로 심는 경우가 많아 물량공세를 하는 느낌이다. 강릉에서도 아직 피지 않은 어마어마한 벚꽃길을 운전하며, 피었을 때를 상상해 보았는데 그것만으로도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듯했다. 비판적인 시선을 유지하려고 해도 좀처럼 되지 않는다. 왜 벚꽃을 이렇게 많이 심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오늘은 매년 생일 축하 카톡을 간단히 나누곤 하는 K오빠의 생일이다. 매년 받기만 하다, 생일을 챙기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과 호기심으로 올해는 다르게 말을 걸어보리라 마음먹어 이 봄을 기다렸다. 조금 더 욕심을 내어 용기를 내서 만나자고 해봐야지 결심했지만, 차마 용기를 내지 못해 반쯤만 성공했다. 그래도 오빠가 내 카톡을 받고 기분이 아주 좋아졌다고 말해줘서, 천냥빚을 갚은 느낌이었다. 언젠가의 봄날엔 만나서 궁금한 걸 물어볼 날이 있겠지.

피크민을 하며 강남으로 걸어가던 길, 어느 미용실 앞 목련
점심 산책 중 마주한 아직 다 피지 않은 목련
점심 산책 중 빛 좋은 곳에 있어 일찍 핀 벚꽃
영화보고 나온 뒤 지하철 역 앞에 묵직하게 서 있던 벚꽃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지던 밤, 신촌역 바로 앞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불광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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