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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조합으로 S님의 집에 놀러 갔다. S님은 SF모임에서만 종종 보았기 때문에, 먹는 것에 대해 이렇게 진심인 줄 몰랐다. 하지만 얼마 전, 중국집을 가서 폭풍 식사를 해보니 먹력이 장난 아니란 걸 알았다. 청두에 여행 가고 싶어 했는데, 혼자가 아니라 여럿을 데리고 가 다양한 요리들을 맛보고 싶은 게 주요 이유였다. 오늘도 집들이가 아닌, 사육이 목적이었다.

S님의 선배가 기획했다는 푸드&와인 페어링북에는 평소에 맛보기 어렵지만, 만들기 어렵지 않은 음식이 많았다. 첫 번째 음식은 고수와 각종 콩이 많이 들어간 콩수프였다. 그리고 곧이어 계란프라이와 감자채 전 위에 미나리를 올린 요리가 나왔다(이름 잊어버림). 조합이 너무 좋았다. 흐름이 끊기지 않게 사과를 볶은 후 까망베르 치즈와 함께 먹는 요리가 나왔고, 하이볼&스파클링와인과 함께 마셨다. 추가로 내온 표고버섯에 트러플오일을 뿌리고 치즈를 뿌린 요리는 너무나 취향이었다.


Y님이 오기 전까지, J님과 셋이서 테라포밍 마스 간략화 버전을 했다. 게임 후반 무렵에 Y님이 도착하고, 게임이 끝나자마자 또 요리를 시작했다. 이번엔 우리도 손을 좀 보탰다. 닭다리와 마늘쫑이 들어간 토마토소스 요리, 고수 겉절이, 굴과 레몬이 들어간 감바스 같은 요리, 또 표고버섯 치즈. 요리들을 와인과 페어링해 맛있게 먹은 뒤, 가성비 넘치는 직접 만든 딸기케이크를 두 판을 먹어, 더 먹을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하지만 S님은 원래 라면도 먹으려 했다며, 미진한 우리의 식성에 조금 실망했다.
너무 배부른 것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이렇게 맛있는 것들로 입을 즐겁게 하는 것은 좋다. 누군가에게는 먹는 것이 삶의 낙이 됨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새해에 배달음식을 시켜 먹지 않겠다고 다짐한 J님에게 요리책을 사주었다. 기대는 크지 않지만, 가끔 인증샷을 보내오면 기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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