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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을 때 내 앞에 있는 밥을 완벽하게 먹어치우는 퍼펙트 바이트 성향으로 눈치채고는 있었는데, 나는 나 자신을 통제하는 것을 좋아하는 듯하다. 요새 빠져있는 것은 가민 워치에서 제공하는 바디 배터리 개념이다. 시계를 계속 차고 있으면 수면 시간과 심박수를 측정하해 나의 소모 칼로리와 스트레스를 추정하고, 내 몸의 에너지를 숫자로 보여준다. 퀄리티 높은 잠을 충분한 시간 동안 자면 배터리가 충전되고, 하루동안의 움직임에 따라 소모되는 에너지가 다르다. 만약에 낮잠을 자게 되면 그것도 자동으로 인식해서 배터리를 채우는데, 밤에 자는 것보다는 매우 적은 양이 충전된다. 막연히 피곤하다고 느끼는 것보다 더 구체적이어서 재미있고, 진짜로 낮은 배터리에서는 졸음운전을 할뻔해서 더 신뢰하게 되었다. 컨디션 좋은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수면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50%에서 시작하는 하루와 100%에서 시작하는 하루가 얼마나 다른지 경험하고 싶다.

남해와 괴산을 다녀온 주말은 내가 그동안 어떤 것에 집중하고, 더 가치있게 느껴왔는지 알게 해 준 시간이었다. 평소에 갈 수 없던 장소에 가서 그곳을 충분히 만끽할 시간을 가지지 못한 것이 정말 큰 불만으로 남았다. 특히 지역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기회가 전혀 없었던 것이 거의 한이 되어, 그 이후로 며칠간은 먹고 싶은 것이 있다면 돈과 시간을 고려하지 않고 먹었다. 먹는 것에 대해서 그다지 관심이 없고, 에너지가 없을 때는 건너뛰기도 하는 내가 이렇게까지 감정적인 표출을 하다니 스스로에게 놀랐다. 아마도 그동안 친구들과 함께 맛있는 것을 먹으며 느낀 행복한 경험들이,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원인이 아닐까 싶다. 이번의 한은 언젠가 남해에 가서 맛있는 멸치쌈밥집을 찾고 멸치초무침도 먹고 야무지게 정식을 먹으며 풀고 싶다.

 

이제 정책에서 정의하는 마지막 청년의 시기가 한 달 즈음 남았다. 보통 청년으로 정의하는 만 34세 기준은 훌쩍 넘었지만, 만 39세까지도 청년으로 정의해서 지원하는 정책들이 있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상담이었다. 20대 초반에 엄마가 지원해 줘서 받았던 상담 이후로, 처음으로 받아보는 상담이다. 요즘 내 삶에 큰 어려움은 없고 나름대로 내가 원하는 대로 컨트롤해 살아가고 있어 만족도는 꽤 높은 편이다. 하지만 남들에게 대놓고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는데, 그게 이 삶을 즐기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왔다. 그 고민은 바로 직업과 결혼이다. 일단 결혼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므로, 크게 방해하는 주제는 아니긴 하다. 소개팅을 하며 내가 결혼 혹은 연애와 관련해 시간을 투자할 생각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이후로는, 사실상 그 주제로는 굳이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오래 살아가려면 동거인은 필요하다 생각하고, 그 사람이 지금의 동거인과 같지 않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 정도다.

 

반면, 직업은 꽤 고민거리에 속한다. 나는 내가 하는 일을 좋아하고,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많다. 스스로 일을 잘 하는 것에 대한 자부심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회사에서는 내 능력을 발휘하기 어렵고, 그렇기 때문에 더 인정받아 돈을 더 벌기도 어렵다. 나는 점점 나이가 들어가고 현재로서는 나를 부양해 줄 가족이 없을 예정이기 때문에 더 많은 돈이 필요하게 될 텐데, 지금 이 회사에 머물러서는 원하는 만큼의 돈을 벌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회사가 안정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고민도 하게 되는데, 지금 여차저차 회사가 굴러가고는 있지만 불안한 상태이긴 한 것 같다. 그리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예전과 달리 내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의 수준에 머물고 있는데, 이 회사에서 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게 되려면 최소 1~2년 이상은 버텨야 할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이런 지루한 일을 견딜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늘 된다. 그렇다고 내가 이직을 할 때, 지금의 경력으로 좋은 조건의 회사를 갈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끊임없이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상담을 신청하게 되었는데, 상담을 진행하다가 선생님이 이건 선택의 문제인데 상담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있을까요? 라고 반대로 질문을 해왔다. 그래서 같이 곰곰이 생각하고 이야기를 하다 보니 조금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나는 지금의 일을 메인 잡으로 두고, 세컨드 잡으로 할 수 있는 취미 생활을 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취미 생활이 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고,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막막한 부분이 있어 현재는 온전히 시간을 다 투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내 삶의 많은 부분이 이 취미 생활에 있고, 그것을 위한 열정도 계속 불타오르고 있는 상태다. 지금 하고 있는 일도 충분히 즐겁고, 재미있는 부분이 있지만 취미 생활과 비교하자면 넘사벽인 정도. 그러니 자꾸 지금 일에 만족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생각을 바꿔서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버티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면? 일하면서도 고맙고, 더 만족스럽게 다닐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한 발 뒤로 물러서서 세컨드 잡으로 두고 있는 이 일을, 언젠가 하게 될 일로 여기고 조금 더 매진한다면 이제껏 하던 고민들이 조금은 사라지지 않을까? 상담 선생님은 목적이 정해지면 해야 할 것들도 분명해진다고 했다. 이제야 조금 안개 속에 있던 내 미래가 어렴풋이 보이는 느낌. 앞으로의 상담 회차에서 더 뚜렷한 미래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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