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정말 다른 사람과 마주치기 전까진, 나는 정말 이해심이 많은 사람이다. 나는 그렇게 이해받는 세상에서 곱게 자랐고, 그 세상을 유지하기 위해 방어적인 태도로 살아왔다. 나와 비슷하면 남고, 다르면 자른다. 굉장히 민감한 센서가 발동되고, 마음에 조금의 불편함이라도 있으면 멀어진다. 그런 점에서는 인내심이 매우 부족하고, 또 어떤 면에서는 냉정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과연, 내가 한 말을 그대로 지키며 살고 있는가. 그냥 친목 조직과 회사 조직은 다르다. 하지만 나는 그 성격을 굉장히 유사하게 가져가는 편이다. 물론 회사는 지켜야 할 선이 더 명확하다. 사적인 트러블은 만들지 않는다. 적당히, 그러나 서로 원하는만큼은 깊게 이야기를 나눈다. 사실 적당히라는 것은 너무나 불명확한 기준이어서 그런 사회화가..
연휴를 내내 집콕으로 보내고 출근하는 날, 바람이 시원해 기분좋게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은 가을 느낌이 나자마자 에어콘를 껐고, 쌀쌀한 날씨를 대비해 입은 옷 때문인지 좀 더웠다. 그때문일까, 얼굴에 땀이 송글송글 올라왔다. 며칠 전에도 때에 맞지 않게 땀이 났지만 그땐 컨디션이 좋지 않았고, 오늘은 지하철이 더워 그런가보다 했다. 내내 쉬었고, 장염도 좀 나아져 밥다운 걸 저녁으로 먹었다. 그 외엔 몸이 안좋을 일은 없지만 그동안 많이 먹지 못해 몸무게가 좀 빠진 걸 확인했었다. 조금 배가 고픈 거 빼고는 나쁠 일이 없었다. 2호선으로 갈아타고 가는데, 밀도 자체는 높지 않았지만 사람이 많다 생각했다. 오늘따라 앞에 앉은 사람들이 좀처럼 일어나지 않았다. 갑자기 멀미하는 것처럼 메스껍고 현기증이 나서 ..
🚨스포일러 주의! 우연히 유튜브를 보다가 아웃랜더 요약 영상을 봤다. 예전에 넷플릭스에 뭐 볼 것 없나 찾다가 1회를 시도했었는데, 1회를 넘기지 못하고 껐던 기억이 있다. 1940년대에 200년 전의 스코틀랜드로 타임워프하는 이야기인데, 1940년대도 너무 예전이어서 몰입이 안되는데다 타임워프하자 마자 강간 미수 등 당시의 폭력성이 보기 어려웠다. 왕좌의 게임도 폭력적이기는 매한가지지만, 판타지 세계라 남의 일 같고 액션 같았다. 그런데 아웃랜더는 왠지 더 현실성이 느껴져 보기 힘들었다. 요약본에서는 그런 부분을 많이 잘라내 흥미로운 부분만 볼 수 있었다. 게다가 가장 재미있다는 시즌1을 요약한 거라 제대로 영업당했다. 그래서 시즌2를 보기 시작했는데, 1화의 내용이 주인공 클레어가 원래 시간대로 돌아..
얼마 전에 머리카락이 어깨 아래까지 긴 모습의 꿈을 꿨다. 너무 낯선 모습이었다. 미용실을 안간지 오래되긴 했는데 벌써 이렇게까지 길었나? 내가 날개뼈까지 머리카락이 길아본적이 있었나? 생각해보니 가장 머리카락이 길었을 때 어깨 조금 넘을 정도였던 것 같다. 나는 흔히 말하는 거지존의 상태를 좀처럼 참지 못했다. 다른 가족들에 비하면 곱슬보다는 생머리에 가깝지만, 어깨 가까이 길어갈 때 바깥으로 뻗치는 끝 머리카락을 오래 놔두지 못했다. 이제는 거의 10년이 다되가는 어느 해, 머리를 탈색하고 노란 머리를 한적이 있었다. 그때가 아니면 해볼 수 없을 것 같아서 한거였다. 그리고 정말 그 이후로는 시도하지 않았다. 환경이 안되거나 용기가 없어서는 아니었다. 머리카락이 굵거나 머리숱이 많지는 않아도, 머리결..
회사에서 자기개발비로 월 5만원을 쓸 수 있는데, 해가 지나기 전에 얼른 써야겠다는 조급함이 있었다. 누군가는 운동할 때 쓰고, 테스트 기기라는 명목하에 아이패드를 사기도 한다고 했다. 아이패드가 끌리기는 했으나 잘 쓸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추가 비용도 더 들어서 다른 걸 찾고 있었다. 그러다 인스타 광고로 스픽을 봤다. 사실 듀오링고를 하고 있긴 하지만 간식을 먹는 느낌이고, 메인 디쉬를 먹는 영어공부를 하고 싶단 생각을 했다. 특히 스피킹을 늘리고 싶었다. 스픽을 예전에 시도하다가 하루도 하지 않아 포기했었는데, 나는 지금 듀오링고를 250일간 하고 있지 않은가? 이제 조금 자신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회사 자기계발비를 써보자는 결심을 했다. 일 년치를 결제하고, 증빙할 수 있는 수강증을 요청해두..
연휴 끝나고 사라지지 않는 오른쪽 고관절 통증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되는 왼쪽 허리 통증이 계속 괴롭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장염으로 의심되는 설사가 멈추지 않아 뭔가를 먹기도 힘들었다. 점심시간에 근처 내과에 갔지만, 심장쪽만 진료한다고 해서 지사제만 사와서 먹었다. 오늘만 지나면 또 월요일까지 쉴 수 있다는 것에 위안을 삼으며 일을 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뭔가를 먹고 싶은 충동을 참기 힘들어 젤리를 한두개 먹었는데 좀 괜찮아 다행이었다. 퇴근을 하려다 문득 팀원중에 한 명이 추석에 오펜하이머를 보려다 못봤다는 말을 한 게 생각이 났다. 아직도 극장에서 내려가지 않았다는 게 놀라웠다. 퇴근길에 찾아보니 신촌 메가박스에서 7시 반에 볼 수 있어서 한시간 전에 충동적으로 예매를 했다. 나는..
나는 타고 나길 말랐었다. 어릴 때 밥을 적게 먹은 것은 아니었으나 좀처럼 살이 찌지 않았다. 피부도 타기 쉬운 편이었다. 까맣고 말랐다 해서 애들이 소말리아인이라고 놀리기까지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먹은 식단이 단백질 위주가 아니었던 것 같긴 하다. 그래도 지금 그때와 비슷한 식단에 적게 먹어도 살이 찌는 건 보면, 어릴 때 신진대사율이 매우 높지 않았나 싶다. 마른 사람이 우대받는 시대에 태어나 마른 것이 뭐 나쁠 것이 있었겠냐만, 그땐 한끼라도 먹지 않으면 큰일이 났었다. 저녁 한끼를 패스하고 잠들면 새벽에 몸에 힘이 하나도 없는 채로 깨곤 했다. 내 몸에 에너지 비축분이 없었던 것 같다. 아침을 먹을 때도 손에 힘이 없어서 숟가락을 덜덜하며 먹었다. 한두숟갈 밥을 먹다보면 조금씩 에너지가 채워져서..
새벽 5시에 잠이 들어 두시간 정도만 잤다. 잠에 들면 깨지 못할까봐 걱정이 많았는데, 손목을 가볍게 두드리는 애플워치 알람이 효과적이었는지 비몽사몽으로 일어났다. 일어나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니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 출근 시간 데드라인에 겨우 맞춰 지하철을 탔고, 딱 9시 전에 출근했다. 긴 연휴 후 출근이라 그런지 두 사람이 컨디션 난조로 휴가를 냈고, 출근한 사람들은 나만큼은 아니었지만 수면부족 상태였다. 다행히 우리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그리 많지 않아 문의량이 굉장히 적었다. 다행스럽기도 했지만, 빈 시간들이 많아 조금 졸린 순간들이 있었다. 실제 수면 시간에 비해 컨디션은 나쁘지 않았다. 내 체력이 생각보단 나쁘지 않은 듯 했다. 그래도 집중을 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어서 생산적인 일은..
저녁을 먹으려다 한 편정도만 보고 그만두려고 했던걸 편집에 놀아나 현재 공개되어 있는 9화까지 모두 다 봐버렸다. 지니어스와 비교했을 때, 캐릭터들의 역량이나 게임의 몰입도 같은 것들은 부족하지만 덜 불편하게 볼 수 있는 점이 이 프로그램의 장점처럼 보였다. 게임 때만 만났다가 출퇴근 하는 이전 프로그램들과 달리, 일주일간 합숙해서 지내고, 감옥같은 시련에 동지애가 생기면서 서로를 배신하며 지내는 것이 어려운 것이 매운맛이 빠지게 된 이유가 아닐까 싶다. 또 탈락 시스템도 게임내 화폐인 피스가 없을 때이기 때문에, 할 수만 있다면 아무도 피스를 잃지 않는다면 오래 이 생활을 지속할 수 있었다. 이 시스템을 이용해 복지정책을 펼치려던 캐릭터가 있었는데, 경쟁이 목표인 프로그램에서 다른 사람들을 납득시킬 수..
이번 추석 연휴에 집에 놔두고 떠나며 걱정했던 고양이들의 상태는 나쁘지 않았다. (정확하게는 나쁘지 않았다고 추정한다. 둘째는 숨으니까 몸 상태 확인 어려움) 멀리 떨어져 있는 내내 CCTV 알림을 켜두고 있었는데, 그걸 통해 알게 된 사실이 몇 가지 있다. 고양이들은 확실히 낮보다 밤에 많이 움직인다. 이것도 추정에 가깝지만, 물과 밥을 먹고 화장실을 가기 위해서는 거실을 거칠 수밖에 없는데 움직임 자체가 없었으므로 내내 자고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CCTV가 밤에는 흑백으로 바뀌어 정확한 식별이 안되는 문제는 있다. 그래도 해가 있을 때보다 없을 때 움직임 알림이 많았고 녹화된 파일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고양이가 야행성이라는 사실 재확인과, 평소에도 낮에는 자주 돌아다니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