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P밖에 없던 모임에, J 한 명이 추가되었다. 대충 점심이나 저녁에 어떤 메뉴를 먹을까만 정해두었던 사람들과 다르게, J는 시간이나 이동한 장소에 따른 여행지들도 꼼꼼하게 계획을 세웠다. 우리는 처음으로 계획적인 여행을 해보았다. 태안 여행의 첫 스케줄은 게국지였다. 오래 전 1박2일 김치 특집에서 처음 들었던 요리 이름이었다. 꽃게탕에 김치를 넣었을 뿐이라고 생각해서 굳이 찾아 먹을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태안에 왔고, 파워 J가 열심히 찾아낸 음식점이 있어 조식을 먹고, 열심히 단장들을 한 뒤 게국지 집으로 향했다. 커다란 게 모형이 식당 위에 있는 그 집은, 우리가 12시 즈음 도착했는데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사람이 많은 곳이 맛있는 집이라는 한국식 사고에 익숙해져 있어 약간 걱정이 되..
8월 즈음 같이 술을 마시다 갑자기 잡힌 회사 동료들과의 여행 약속. 머나먼 미래처럼 느껴지던 그 날이 드디어 왔다. 퇴근하고 바로 가기 위해서 고속버스터미널에서 픽업하는 차를 렌트했다. 두 사람은 다른 곳에서 집합했는데, 한 사람을 위해서는 차 안에서 간단히 먹을 것을 샀다. 네 사람이 먼저 도착해 저녁을 먹었고, 예약한 8시에 거의 딱 맞게 도착해 출발했다. 차가 원래 타는 것보다 좀 커서 당황했지만, 곧 운전하는 데 익숙해졌다. 태안은 서울에서 2시간 정도 걸렸다. 4시간도 논스톱으로 운전하곤 했으므로 딱히 피곤하진 않았다. 오랜만에 다섯명이서 수다를 떨며 내려갔다. 도착 예정시간이 10시였으나 금방 잠에 들 생각은 없었다. 다같이 맥주를 마시기로 했고, 태안 핫플에서 먹태와 콘치즈를 포장해 숙소로..
책장에 있는 책을 모두 읽어버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사기만 하고 읽지 않은 책들이 얼마나 많은지. 이번에 읽은 책은 머니볼이다. 영화로 머니볼을 봤고, 야구 만화를 통해 얻은 지식도 있고 해서 예쁜 표지로 재출간했을 때 사둔 책이었다. 표지엔 글러브와 배트가 그림으로 그려져 왠지 청소년 동화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모임 책으로 선택했는데 웬걸 픽션이 아니라 논픽션이었다. 세이버매트릭스를 처음 시작한 오클랜드 구단을 취재한 내용으로, 단장 빌리 빈의 일대기가 약간 끼얹어져 있었다. 빌리 빈은 빠른 발을 갖고 있었다. 야구 선수로서 최고로 생각되는 몸매였다. 그의 겉모습을 본 수많은 스카우터가 그를 탐냈다. 그는 장학금을 받고 대학을 갈 기회를 포기하고 프로구단으로 입단했다. 그는 피지컬로 인해 훌륭한 야..
아침에 문득, 시계 페이스가 중구난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계 페이스를 5개를 돌려 쓰는데, 각각의 목적이 불분명했고, 안쓰는 기능을 표시해 두기도 해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또 새로운 시계 페이스나, 앱에 따른 새로운 기능이 있을까해서 열심히 탐구했다. 내가 시계에서 보기 원하는 기능이 뭐가 있을까? 사실 애플워치의 최대 단점인 배터리 때문에, 매일매일 충전해야 해서 수면 추적이 잘 안되기는 한다. 그래도 내가 잘 잤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아침에 일어나서 수면 데이터를 확인하고 싶었다. 그리고 아침에 꼭 필요한 정보인 비와 온도 예보도 같이 볼 수 있게 페이스를 하나 만들었다. 어제 단축어로 아침에 일어났을 때 목소리로 날씨를 읊어주는 설정을 하다 말았는데, 귀로 듣는 것과 보는 것 어떤 것이 유..
1. 메인 서비스를 무료화하겠다는 C레벨의 결정이 났다. 비용이 나가는 부분을 줄이기 위한 결정이라고 했다. 최대 인원을 줄이며 서버 비용이 나가는 기능을 없애기로 했는데 사실, 의사결정에 어떤 데이터를 사용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한편으론 그 서버 때문에 문제가 많았던 것도 사실이므로, 고객경험은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이 서비스의 미래에 대해서 생각해보았을 때 물음표가 그려지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2. 서울사람테스트로 구 이름 퀴즈를 진행한 이후로, 모두가 각각의 퀴즈를 만들기 시작했다. 졸린 낮 시간에 퀴즈 타임을 진행해 잠을 깨우는 시간이 되고 있기도 하다. 더불어 테스트도 하고 있는데, 그동안 미처 신경쓰지 못했던 모바일쪽의 문제들이 눈에 보였다. 지금까지 서비스를 계속 진행..
회사에 출근해 평범하게 하루를 보내고 집에 왔다. 집에 오는 길에 빵이나, 다른 먹을 걸 사려다가 냉장고에 있는 식료품들을 떠올렸다. 콩나물이 있었던 게 생각났다. 콩나물국을 해먹어야지. 김치와 남은 오이무침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냉동실에 얼려둔 밥이 있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두 개나 있었다. 냉장고에는 파프리카도 하나 남아있고, 버섯 한 개, 호박 반 개도 있었다. 브로콜리도 하나 있어서 죄다 해치워야겠다 생각했다. 냉동실을 뒤져보니 동생이 얼려둔 육수도 있었다. 1분 정도 돌리니 육수가 조금 녹았고, 냄비에 죄다 쏟아넣은 뒤 다시마와 함께 끓였다. 오랜만에 콩나물국을 끓여 순서나 넣어야 하는 재료가 조금 헷갈렸다. 육수가 팔팔 끓을 때 콩나물을 넣었다. 뚜껑을 덮고 콩나물이 익는 냄새가..
막걸리 네 병을 셋이서 나눠마시고 하이볼 두 캔을 마셨다. 언제나처럼 속이 좋지 않아 화장실을 여러번 들락날락 거렸지만, 잠에 푹 들었다. 나는 거실에서 잠을 잤는데 거실엔 TV가 있었다. 아이들은 8시 즈음부터 내가 자는 것을 확인하고 매우 낮은 음량으로 조용히 TV를 봤다. 눈치를 챘지만 편하게 보라고 모른척 자는 척을 했다. 둘째로 추정되는 아이가 3번 정도 재채기를 했는데, 감기가 걸린 것 같았다 어제 밖에 나갔을 때 핫팩을 사달라고 하던 게 생각났다. 그제야 눈을 떠서 감기걸렸냐 물어보니, 언니가 재채기를 했단다. 나중에 H에게 물어보니 첫째가 원래 비염이 좀 있어서 아침에 재채기를 한다고, 자기와 똑같다고 했다. 피는 속이지 못한다며. 속을 풀기 위해 국밥집에 갔다. 넷이 옷을 갖춰입고 출발했..
H를 만나러 구미에 가는 날, 9시 57분 출발 기차여서 여유롭게 도착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언제나와 똑같이, 시간 계산을 잘못해 쫓기듯 버스와 지하철을 탔다. 신나게 달려 서울역으로 가는 지하철을 타려고 할 때, 어제 선물로 산 티가 손에 없다는 걸 알았다. 가방에 넣어둘 것을... 그나마 얘들을 위해 준비한 책들은 가방에 넣어두어 다행이었다. 그래도 뭔가 H를 위한 게 필요해보여서 역에 도착해서 서울카스테라 선물 패키지를 샀다. 기차를 타려고 걷던 도중, 약간의 공복감과 살짝의 현기증이 발생하려는 기미가 보였다. 꼬마 김밥과 물 한통을 사서 기차에 올랐다. 다행히 출발 10분 전에 기차에 탔고, 타자마자 김밥을 오물오물 씹었다. 철학으로서의 철학사 책을 꺼내서 읽기 시작했는데, 영 읽히지 않았다...
사실 이런 일이 잘 없는데, 좀 오지랖을 부려 서로 알지 못하는 두 사람과 약속을 잡았다. 둘 다 특별한 의지가 있는 게 아니었는데, 그저 내 욕심으로 어색한 만남을 주선한 것이다. 약속을 잡고 나중에 조금 후회했지만, 미안한 마음을 담아 차를 사려고 마음을 먹었다. 겨우 차 한 잔으로 무마될리 없다고 생각은 했지만, 최소한 만나는 그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하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래 시작이 두 사람의 의지가 있던 것이 아니었으므로 목적은 달성할 수 없었으나, 그래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크게 웃을 수 있는 시간. 또 오랫동안 알아왔지만 서로에 대해 빗겨 알고 있던 진실을 알게되어 의미가 있었다. 그동안 특별히 정의해본적이 없지만, 희미하게 내 머리 속에 자리잡고 있던 일명..
나는 몰입을 잘 한다. 물론, 하기 싫은 것까지 몰입을 잘 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해야 하거나, 하고 싶은 일은 집중해서 하는 편이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 줄도 모른다. 드라마 한 시즌을 10시간 동안 몰아서 보는 것, 바느질을 3-4시간을 하는 것, 책 한 권을 2시간 동안 보는 것.. 써놓고 보니 생산성 있는 일이 없는 듯 하지만, 회사에서도 별명이 GMI(과몰입)일 정도로 하나를 물면 끈질기게 한다. 반면, 나는 시간을 나누어 꾸준히 하는 것은 잘 못한다. 학생일 때도 매일매일 꾸준히 하는 수시 타입이 아닌, 한번에 몰아서 빡 하는 정시 타입이었다. 꾸준함이 필요한 언어 공부를 소홀히 하는 편이었고, 그런 자신의 성향을 그대로 놔둔 탓에 여전히 언어에서는 약한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 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