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2 손가락도 나이가 들어

일주일 전부터 오른손 약지에 아주 미묘한 통증이 있었다. 뭔가를 쥐고 힘을 줄 때, 살짝 아프면서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손을 쥐었다 펼 때는 괜찮았는데, 손가락 마지막 마디를 왼쪽 손으로 꾹 누르면 다른 손가락을 누를 때와는 다른 통증이 느껴졌다. 처음엔 긴가민가 하는 통증이었지만 인지하고 나니 확실히 신경이 쓰였다. 오른손 약지가 다칠만한 일은 한적이 없어, 가만 놔두면 괜찮아지겠거니 했다. 그런데 가면 갈수록 통증이 심해졌다. 심지어 키보드를 칠 때도 아프게 느껴졌다.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해보니 병원을 가보라는 조언이 많아, 정형외과를 가보기로 했다. 전에 가본 회사 근처에 정형외과는 비싼 체외충격파 같은 치료를 권유를 많이 하는 듯했다. 사실 주사나 체외충격파 같은 경우, 거절해도 그만이지만 그게 아닌 다른 방법을 제안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하게되는데, 이런 미묘한 통증에 돈을 많이 들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병원들을 검색을 해봤다. 네이버 리뷰를 보니 대체로 좋은 리뷰들이 있었으나 과잉진료를 한다거나, 불친절하다고 별 1개 주는 병원들이 있어 고민이 됐다. 강남에 있는 병원이 다 거기서 거기 아닐까. 이렇게 고르고 골랐는데 그저 리뷰 관리를 잘 하는 병원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나마 상담을 친절하게 잘 해주신다는 병원으로 가기로 했다. 정형외과전문의가 아니라 마취통증의학과전문의가 있는 곳이었다. 이름뿐이라도 너무 미묘한 통증을 잘 봐줄 것 같았다. 회사에서 한참 걸어가야했지만, 그래도 피티를 받으러 가는 방향이어서 익숙한 거리였다. 사람이 별로 없는데도 접수 후에 한참을 기다렸다. 의사 선생님은 아픈 손가락을 꼼꼼히 만져보며 통증 부위를 찾았다. 엑스레이도 찍었는데, 크게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없었다. 주사를 놓는다기에, 주사를 놓지 않으면 어떻게 되냐고 물었다. 물리치료하고 약만 먹으면 일주일이 걸린단다.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았으니 일주일은 문제가 아니었다. 주사는 맞지 않기로 했다.

증상은 퇴행성 관절염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10년도 더 전에, 일하다가 눈이 아파 눈물이 줄줄 나서 병원에 갔다. 예전에는 안이랬는데 왜 갑자기 이러냐는 말에 나이가 들어 그럴 수 있다는 말을 들어 충격받은적이 있다. 손가락은 무릎 다음으로 많이 쓰는 관절이란다. 특히 키보드를 많이 쓰는 사무직은 더더욱 많이 쓸 수밖에 없다. 앞으로 이런 알 수 없는 통증이 많아질 것이고 그때마다 나이듦을 인식하게 되겠지. 이젠 이런 것으로 슬퍼하지도 충격받지 말자. 자연스러운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