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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인데 비 예보가 있었다. 아침에 햇빛이 비치길래 혹시 하고 기대했는데, 기상청은 할 일을 잘하고 있었다. 1시 즈음부터는 먹구름이 끼더니, 비가 조금씩 오기 시작했다. 오늘은 내내 밖에 있을 예정이어서 이런 땐 예보가 잘 맞는 게 야속하다. 비를 맞아도 괜찮은 옷을 골랐더니 온통 회색인간이어서, 화려한 주황색 티셔츠를 골랐다. 먼저 밖에 나간 S님은 완전 여름옷으로 입어 이따 추울 것 같다며 겉옷 하나를 부탁했다. 나도 겉옷이 완전 방수 재킷이라 좀 더울 것 같지만, 혹시 몰라 겉옷을 하나 더 챙겼다.
C언니와 만나기 전에 인쇄를 해야 했는데, DMC역에 있다는 문구점은 사라진 지 6개월 정도는 된 듯했다. 흔적만 남아있는 상가터를 보고 어떻게 할까 언니한테 전화를 했는데 받지 않았다. 가까이 있는 문구점을 찾아보니 버스를 타고 가야 했다. 언니가 두 번째 전화도 받지 않아 일단 인쇄를 하고 오기로 했다. 지하철에 카드를 찍고 반대편 통로로 가서 버스를 타고 환승하고, 인쇄 후 다른 버스를 타고 월드컵경기장으로 가면 될 것 같았다. 초행길이라 문구점을 찾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리긴 했지만, 인쇄 미션은 성공했다.
C 언니는 핸드폰을 놔두고 왔단다. 지하철에서 노트북에 와이파이를 연결해 카톡을 보내왔다. S님이 40분 정도 늦게 도착할 예정이라고 해서 미리 답사를 하고 있기로 했다. K님과 내가 그린 지도가 잘 그려졌는지 살펴보고, 토요일에 선수들이 달릴 코스를 짜는 게 오늘의 할 일이다. 날이 밝을 때, 지도 검토를 하고 코스를 짠 후 실제 경기 시간에 그 장소에 가서 실제로 달리기 좋은 곳인지 살펴볼 예정이었다. 비가 와서 한 손에는 우산을 들고, 한 손에는 지도를 들었다. 돌아다닌 지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손가락과 발가락 끝이 차가워졌다. 축축한 게 싫어 샌들을 신어 더 그랬겠지만, 운동화를 신은 C언니도 발이 시리다 했다. S님이 도착하자 뭘 좀 먹자며 푸드코트로 이동했다.
코스 짤 것을 고려해 넓은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고심해서 메뉴를 골라 각자 먹고, 음료도 시킨 다음 코스를 짜기로 했다. 내가 초보 코스, S님이 초보 장거리 코스, C언니가 숙련자 코스를 맡았다. 나는 지도를 그리느라 이 지역을 많이 돌아다녀 꽤 익숙했지만, S님은 잘 몰라서 애를 먹었다. 게다가 이 지역이 넓은 곳이 아니라 거리를 길게 빼기가 어려웠다. 밤에 달릴 예정이라 너무 외진 곳으로 다니게 할 수도 없었다. 한 가지 더 제한 사항이 있다면, 우리가 쓸 수 있는 컨트롤이 최대 30개 정도였던 거다. 초보와 숙련자만 있었다면 적절했을 텐데 3팀이 뛰는 장거리 코스까지 하니 살림이 빠듯했다. 밤에 장소를 살펴보고 바뀔 수도 있기 때문에 일단 잠정적으로 코스를 짜고 난 후에 9시 즈음 답사를 하러 나왔다.
문을 나오자마자 C언니는 몸서리치며 다시 들어갔다. 내가 가져온 웃옷 2개가 매우 유용하게 사용되었다. 몸을 좀 움직이니 덜 추워졌다. 문화비축기지는 길 이곳저곳이 가로등이 잘 되어 있어, 밤에 뛰기 좋아 보였다. 각종 조형물도 예쁘게 설치되어 토요일에 선수들이 재미있게 잘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거의 11시가 다 되어 답사를 마쳤고, 보람찬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비가 많이 왔으나 고되지 않고, 웃음으로 가득 찬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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