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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5/12 내 인생 첫 패트롤

나비사슴 2024. 5. 14. 09:41

드디어 대회 당일! 원래 대회 때 나는 몸을 움직이는 업무를 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이번엔 할 사람이 없어 내가 패트롤을 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산이다 보니, 초보자가 헤매면 너무 타격이 커서 도움이 필요하다. 또, 이번 산이 특히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곳이어서 컨트롤 분실의 위험이 컸다. 코스를 미리 뛰어보는 시주 때 이미 컨트롤을 분실한 경험이 있었단다. 그래서 잃어버렸을 때를 대비해 한 손에는 컨트롤을 들고 한 손엔 전체 컨트롤 위치가 있는 지도를 들고 돌아다녔다.

공간지각 능력은 타고나는 것이라 하지만, 정말 말도 안 되게 길을 못 찾는 초보분이 계셨다. 처음 얼굴을 보고서는 응원의 말을 건넸는데, 두 번째 봤을 때는 너무 녹초가 되어 있었다. 시간이 꽤 지났는데 코스의 초반을 계속 헤매고 있던 것이다. 알고 보니 그분이 들고 있던 나침반의 자성이 반대로 바뀌어 있었다. 나침반의 상태를 알려주고, 어떤 길로 가면 될지를 조금 가이드를 한 후에 자리를 떴다. 그리고 계속 돌아다니는데, 그
분이 정말 엉뚱한 길로 접어드는 것을 보았고, 그 길이 아니라고 알려주었다.

패트롤을 언제까지 해야 할지 몰라 경기 기록을 온라인으로 계속 확인을 하는데, 아까 길을 헤매던 분이 아직 도착을 하지 않은 거였다. 알고 보니 돌아가는 큰길의 반대쪽으로 가서 또 길을 헤매고 있었다. 사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했다는 데서, 그분의 끈기가 놀랍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돌아가는 길을 찾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돌아다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온라인으로 그분의 도착을 확인하고 슬슬 돌아갈까 했는데 미션이 하나 주어졌다.

70번 컨트롤이 사라지지 않았는지 봐달라는 거였다. 길 가에 있는 컨트롤들은 이 산을 돌아다니시는 분들의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어떤 어르신들은 40번은 저~기서 봤다며 위치를 알려주시기도 했고, 어떤 분들은 이게 뭐 하는 거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원래 사라질까 걱정하던 컨트롤은 30분 간격으로 수시로 들여다봐, 무사히 있었는데 운영팀에 다른 컨트롤이 사라졌다는 제보가 들어온 것이다. 한 번 가본 장소였지만, 공격 루트가 다르면 헷갈릴 수 있다. 원래 산길에서 들어가면 매우 쉬운데, 나는 다른 곳에 있다가 움직이다가 가는
바람에 다른 공격 루트를 택했다. 그리고 한참을 헤맸다. 하지만 다행히 찾을 수 있었다.

70번 컨트롤도, 그리고 기록장치인 스테이션도 사라지진 않았다. 하지만 두 개의 위치가 1미터 이상 떨어져 있어 없는 것으로 오해받았다. 컨트롤도 스테이션도 원래 설치할 장소를 표시해 놓은 리본과 다른 곳에 설치가 되어 있었다. 설치 미스였다. 이것 때문에 고생했을 선수들에게 미안했다. 다음엔 절대 이런 일이 없도록, 설치팀의 매뉴얼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여차저차 쉽지 않은 산 대회 운영을 무사히 마쳤다!! 힘든 것보다 뿌듯함이 더 컸다. 첫 패트롤 경험도 성공! 아쉬운 마음은 다음에 더 괜찮은 대회를 성사시키기 위해 평가회를 하자는 제안으로 넘겼다. 진짜 다음엔 더 잘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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