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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4/20 차와 음악 사이

나비사슴 2024. 4. 23. 08:13

오늘 비가 온다고 했는데, 집 밖을 나오니 빗방울이 떨어지지 않았다. 다 같이 여행을 가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어려운 때는, 듀오링고를 할 시간이 없어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는 영어, 스웨덴어, 중국어 공부를 했다. 건대입구로 도착하니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다. 우산이 있었지만, 꺼내지 않고 약속장소로 이동했다. 하나둘 모여 운전하는 친구의 차에 타고는 양평으로 이동했다. 이번 주 중에 유일하게 비가 오는 날이 오늘이라는 게 좀 아쉬웠지만 그래도 여행을 떠나니 기분이 좋았다.

차를 타고 가면서는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책을 낸 H와, 꾸준하게 드라마 시나리오를 쓰는 B, 포기했다고 말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미련이 있는 것 같은 J와, 매일 일기를 쓰며 좌절의 시기를 겪는 나. 누가 국문과들 아니랄까 봐, 글쓰기에 대한 열망이 가득했다. 쓴 글에 대한 피드백에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글을 잘 쓰는 누군가에게 질투심도 느낀다는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자니 이런 공통점들을 가지고 있어 알게 모르게 서로 공감을 잘해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오늘은 J의 사촌언니의 지인 분이 하는 찻집에 가기로 했다. 지인분의 남편 분이 예술사를 강의하신 교수님인데 엄청나게 많은 클래식 음반을 소장하고 계신다고 했다. 또 함께 비싼 스피커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고 해서, 다음 모임은 그곳에서 모이기로 했다. 사촌언니의 지인 분은 차를 강의하신다고 해 이참에 원데이클래스도 들어보기로 했다.

1시에 도착하자마자 차부터 마셨다. 오므오트에서 스토리텔링과 함께 마셨던 차가 커피라면(?) 이 6대 다류 클래스는 TOP! 각 차의 종류마다 2가지 종류씩 마셔보고, 직접 차를 우려 보기도 했다. 차를 보통 1분 이상 우렸던 것과 달리, 찻잎 자체를 엄청 많이 넣어 물을 넣자마자 뺐는데 그래도 맛이 잘 나서 놀랐다. 다기들도 너무 예뻐서, 1인 다기를 하나 사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특별한 이야기 없이, 차 자체만으로도 너무나 흥미로운 시간이어서, 원래 예상했던 시간을 훌쩍 넘었는데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다음은 음악 클래스였다. 교수님은 젊은 친구들이 철학사 모임을 한다니 매우 흥미롭게 생각하셨다. 클래식도 책에서 읽은 내용을 조금 말씀드리니 매우 기뻐하셨다. 그래서 그랬는지, 처음에 거의 30분가량을 강의를 하셨다. 또 가곡을 직접 부르기도 하셔서 기분이 매우 좋으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와 세레나데를 들었고, 세레나데는 리스트의 피아노 편곡 버전을 들었다. 가곡보다는 연주곡이 더 내 취향에 맞아 이렇게 또 취향을 알아가는구나 깨달았다.

다시 이곳에 올진 모르겠지만 비 오는 날 넷이서 잔잔히, 그리고 때론 한껏 웃으며 보냈던 시간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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