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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끝까지 달린 드라마가 12편, 한 달에 한 편 정도 본 셈이다. 콘텐츠 중독자처럼 새로나온 드라마들을 탐색하고, 하루 시간이 48시간이라도 되는 것처럼 몰아보던 사람이 변했다. 예전과 다르게 때깔이 좋은 드라마가 많고, 감각적으로 연출하는 감독들도 많아 즐길 거리는 많고 많건만, 영 마음에 끌리는 드라마가 없었다. 아마도 웹소설 - 웹툰 - 드라마로 이어지는 흔해빠진 소재의 반복에 질린 것도 있고, 이야기의 흐름도 뻔해져 흥미를 잃었던 것 같다. 그래서 작년에는 6편이 해외 드라마&애니였다.
유튜브를 끊기로 다짐했지만, 그래도 알고리즘의 흐름에 따라 가다 만난 한 개의 클립. 이솜과 안재홍이 주연이었다. 인생 철학이기 때문에 불륜 사실을 밝히겠다는 여자, 당신의 인생 철학을 돈으로 무시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자신의 다짐을 보여주는 것 뿐이라며 무마해달라는 남자. 그리고 그 옆에 어쩔 줄 모르고 몇 마디 안하며 서 있는 또 다른 남자. 그 짧은 클립 하나로 이 드라마의 심상치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총 6편짜리로, OTT에서만 방영하는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Long Time No Sex 였다.
이솜과 안재홍이 출연했던 소공녀 영화의 감독 작품이라고 했다. 아직 2편만 공개되었는데, 흐름이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어 너무너무 흥미로웠다. 서로를 탐닉하지 못해 안달났던 두 사람이, 결혼 7년 후 섹스리스 부부가 된 것, 자신의 밥줄인 택시를 어떻게 잃게 되며, 사랑이 두 개일 수는 있으나 세 개일 수 없는 남자는 어떻게 두 번째 여자를 만나게 되었고, 평범해보이는 불륜 커플의 속내는 어떠한지. 에피소드와 인물 하나하나가 굉장히 흥미롭고, 날카로웠다. 이런 배역을 맡은 배우들은 짧은 역이라고 해도 얼마나 신났을까. 그냥 보는 나도 신나는데.
전고운 감독은 어떻게 이렇게 가난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구질구질한 가난을 이렇게 세련되게 표현하다니, 내가 감독을 꿈꾸는 사람이 아닌데도, 너무 질투가 났다. 소공녀가 2018년이었는데, 그 동안 그는 무엇을 했을까. LTNS가 공개되는 날을 기다릴 것이고, 앞으로의 작품을 더, 더 많이 바라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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