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지 갈등이 없었던 것은 운이 좋았기 때문이고, 서로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하긴 하다. 그 전에 이미 노력을 했다고 생각했지만, 역부족이었던 것. 물론 한 번에 달라질리 없다. 그저 약속한 것을 잘 지켜나가자는 다짐을 통해 조금씩 노력하길 바랄뿐. 세상엔 정말 다양한 사람이 있는데, 이제까지는 비슷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온 것 같다. 그래서 세상이 내가 원하는대로 돌아가는 느낌을 많이 받지 않았나 싶다. 언제까지나 이럴 수는 없으니 이렇게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법, 이해하게 되는 폭을 넓힐 필요는 있다. 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상처받는 사람들이 생기니 속상하다. 내가 그에게 상처받지 않는 것은 내가 당사자에서 조금 벗어나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무뎌진걸까? 나이가 들며 점점 예전보다 덜 예민해진 게 느껴진다..
7월 23일, 비오는 날 진행한 통합대회 뒤풀이에서 9월에 대회 운영을 하기로 했는데, 그중 나는 코스 설정을 하기로 했다. 나 혼자 하는 것은 아니었고 공부를 하고 싶어하는 멤버들도 같이 해보기로 했다. 8월과 9월에 거쳐 4일의 준비 시간을 비워두고 진행했는데, 코스 설정을 하려다보니 이틀 정도를 추가적으로 시간을 내서 모임을 했다. 물론 그 외에도 개인적으로 코스 설정에 대한 공부를 하거나, 코스를 설정해보거나, 코스 외에 대회 준비에 시간을 쏟긴 했는데 다 합쳐보면 약 10일간 이 대회를 위해 내 시간을 쏟은 것 같다. 주말마다 뭐하냐는 회사 동료의 질문에 정발산을 간다는 답변을 한 것이 4번... 올 한해 흘릴 땀을 정발산에서 다 쏟은 것 같다. 여름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갈 때마다 엄청난 습..
드디어 대회 전 마지막 준비모임을 했다. 오전 10시에 만나 오전 중에 끝내자고 했는데 집에 오니 오후 7시였다. 이제까지 운영을 많이 해왔지만, 이렇게 코스를 미리 짜고 꼼꼼하게 준비하는 대회는 처음이다. 그게 미리 시간을 빼두었기 때문에 가능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어떤 순서로 무엇을 준비해야하는지 조금은 알게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다. 정말 모든 코스와 지도 수정을 언니에게 맡겨두고 당일에 모든 준비를 단발로 하고 그게 가능했던 이벤트와 다르게, 공인대회를 준비하면 더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시간이 들어간다. 통합대회는 그 중간 즈음의 스케일이어서, 어디까지 하는 것이 적당할까 고민이 들었다. 특히 이번에는 처음부터 답사를 한 산 대회여서 노력을 적게하기가 어려웠다. 통합대회일 뿐인데, 이렇게 꼼꼼..
컨디션이 좋지 않아 휴가를 내고 오전 내내 잠으로 보냈다. 자고 일어나서 뒹굴하며 간밤에 보다 잠든 파티피플 공명을 봤다. 대표 이미지를 봤을때는 고스트 바둑왕인줄 알았는데, 실제 인물이 환생한 거였다. 흔한 환생물이지만 중국의 제갈공명이 일본에 환생해 유비 대신 에이코라는 가수의 매니저가 되는 이야기였다. 매니저가 무명의 가수를 인기가수로 만들어가는 이야기는 전형적인 스토리지만, 삼국지에서 보았던 공명의 전략을 이용하는 것이 흥미롭고 색달랐다. 삼국지에서 늘 실행하는 사람도 무엇을 하는지 모르는 전략을 짰던 성격을 애니에서도 그대로 보여줘서, 왜 공명을 이야기 속에 끌여들였는지 이해했다. 스토리가 남여간의 사랑보다는, 우정이나 꿈에 집중하는 것도 좋은 포인트였다. 쓸데없이 공명과 주인공이 눈이 맞지 않..
대회 장비를 일부 챙기러 연맹 사무실에 다녀왔다. 그 분이 계시지 않는 곳에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운전을 하고 가는 길에 마음이 조금 좋지 않았다. 다행히 눈물은 나지 않았다. 운전을 해서 가본 것은 두 번 정도였는데, 길이 낯익은 느낌이었다. 늘 표정이 밝지만은 않았고 약간 툴툴되는 말투였는데, 그래도 해야 할 말은 꼭 하고 의외로 아이같은 면이 있는 분이었다. 얼굴이나 목소리가 스물스물 떠올랐다. 도착해서 그 분의 동업자이자, 후배인 분께 인사를 드렸다. 물품을 가지러 왔다고 하니, 본인은 잘 모르므로 알아서 챙겨보고 모르는 것에 있으면 물어보라 하셨다. 그래서 한참을 챙기고 있는데, 챙겨가는 물건들 물품을 알려달라, 아니 산악회 선배 누군가에게 전달해달라 하셨다. 나는 알겠다, 회장님께 사진을..
사이버펑크가 게임이 있는 건 알았는데, 애니가 있는 줄은 몰랐다. 이야기의 속도나, 편집, 음악 장르도 다른데 첫 편을 보고 왠지 카우보이 비밥이 생각났다. 나중에 보니 각 편의 제목을 노래 제목으로 한 게 비밥 오마주인 거 같다고(나무발). 확실한 세계관이 있고, 구구절절하게 설명하지 않고, 처음부터 복선을 잘 깔고 잘 보여줘서 개연성을 확보한다. 훌륭한 작품을 보는 재미가 이런 거지. 무슨 소리인지 모를 BD, 트라우마 팀, 임플란트 등등을 자연스럽게 노출시키고 경험하게 한 뒤, 나중에 그걸로 이야기를 끌어가게 한다. 이런 작품은 여러 번 보면 더 재미를 느끼게 된다. 게임에 대한 확실한 흥미를 갖게 하는 작품이다. 사이버펑크가 초반에 버그로 상당히 욕을 많이 먹었다 들었는데, 이런 애니 보고 나서는..
최근 우리 동네 근처에 예전과 다르게 맛집 혹은 멋집이 많이 생겼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예전에 농담처럼 홍대/상수/망원 그리고 증산이라는 말을 한적이 있었는데 그게 실현되는 중인 걸까? 사실 증산이라기보단 북가좌가 조금 더 정확하긴 하다. 불광천을 사이에 두고 건너편 쪽의 천변에 가격대가 좀 있는 예쁜 카페와 밥집들이 들어오고 있는 듯 하다. 처음 이 동네에 들어왔을 때는 카페라고 부를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었다. 동네 근처로 친구가 찾아오면 데려갈 곳이 역 앞 빵집 밖에 없어, 이게 90년대도 아니고 서울이 맞는지 싶었다. 아무리 유흥가가 없어 좋다고 선택한 동네라지만, 유흥의 ㅇ도 없었던 것. 불광천에 벚꽃이 심어지고, 사람들이 관광으로 몰려들고, 재개발이 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이 바뀌고 나니 이제 그..
프듀를 열심히 봤다. 그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이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을지, 거의 생사여부를 걸 정도로 열심히 하는 것을 보고 그런 프로그램을 본다는 것에 대해 마음의 불편함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그들의 성장하는 모습을 좋아했기 때문에 열심히 봤다. 투표를 꼬박꼬박했던 것은 아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나는 딱히 최애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약간 야구를 즐기는 그런 마음일까? 야구는 좋아하지만 야구 선수들은 그다지 정이 붙지 않는 그런 거? 잘 하는 애들을 보며 감탄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애들을 보며 신기해하고, 사실 라이브로 가면 그 감흥이 떨어졌었는데 나는 사기극으로 드러난 그 편집쇼를 좋아했던 것도 같다. 보는 아이돌 서바이벌은 프듀밖에 없었지만, 꽤나 열심히 봤던 덕에 그 포맷에 대한..
다음주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답사를 여러 번 왔다. 가장 더운 8월에 왔을 때는 날씨 때문에 땀이 많이 나는줄 알았다. 그런데 오늘도 온몸이 흠뻑 젖는걸 보니 내가 원래 땀이 많았는데 몰랐거나, 많아진 듯하다. 이렇게 오랫동안 산을 돌아다녀본 경험이 없는 것도 아닌데, 유난히 이번에는 마치 머리를 감은 것처럼 되는 거다. 그렇게 한바탕 땀을 흘리고나면 정말 무언가를 열심히 했다는 뿌듯함이 생긴다. 예전같으면 그냥 땀 흘리는 게 싫고 안할 생각을 했을텐데, 지금은 옷을 갈아입을 수만 있으면 괜찮다는 생각을 한다. 심지어 화장실에서 속옷까지 다 갈아입고서는 쾌적해서 감탄하기도 한다. 이런 걸 보면 내가 운동인이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조금씩 든다. 조만간 20km를 뛰(걷)게 될텐데 걱정이 되면서도 조금은..
영화를 빨리감기로 보는 사람들이란 책을 읽은적이 있다. 책 모임에서는 나는 절대 그렇게 빨리 감기로는 보지 않는다, 작가와 감독이 말하고 싶었던 것을 충분히 느끼려면 원본 그대로 감상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었다. 물론 여전히 나는 드라마를 2배속으로 보지는 않는다. 건너뛰기로도 보진 않는다. 다만, 유튜브 편집본은 익숙해졌다. 요새는 드라마도 유튜브 쇼츠로 많이 노출하는 편이다. 특히 무빙 같은 경우는 너무 쇼츠로 노출이 되어 거의 1/4정도는 알게 된 느낌이다. 이로운 사기는 문가영이 천우희에게 반하는 장면을 본적이 있는데, 두 배우를 너무 좋아하는 입장에서 매우 흥미롭게 느껴졌다. 그래서 아무 것도 하는 일이 없는 주말인 오늘, 4시간 반짜리 드라마 전체 몰아보기를 시작했다. 지루한 부분이 거의 없이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