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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재 업고 튀어가 한참 이슈가 될 때, 간간히 언급되던 드라마가 있었다. 파급력은 낮았지만, 감상평의 만족도가 높아 보였다. 현대인의 병인 불면증, 우울증, 비만 때문에, 초능력을 잃어버린 가족. 사실 그렇게까지 끌리는 소재는 아니어서 놀토에서 홍보할 때도 관심이 없었는데, 평가가 좋다 보니 궁금해졌다. 특히 천우희의 연기에 대해 감탄하니 천우희 like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선재 업고 튀어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긴 했지만, 불호 의견도 있었는데 그 이유 중의 하나는 타임루프를 했는데 주체가 아닌 객체의 기억이 합쳐진 것이었다. 이걸 이해시키기 위해 몇몇 팬들은 이게 평행세계가 아닌 비디오테이프에 녹화한 것처럼 덧씌워져서 그런 것이라는 이론을 제시한다. 어차피 시간여행 자체가 불가하니 어떻게 상상을 해도 맞다 틀리다 할 근거는 없지만, 작품 내에서 해결되지 않고 외부의 설명에 기대야 하는 경우는 감상하는 순간의 몰입을 깨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점에서 히어로가 아닙니다만는 과거로 가지만, 절대 손댈 수 없고 그저 관찰자로서만 존재한다는 데서 그런 비판을 피할 수 있다. 물론 관찰만 해서는 이야기가 진행되기 어려우니 특정인에 한해 예외가 있긴 하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사랑 이야기라는 드라마의 흐름에 맡겨버리면 크게 문제없이 납득할 수 있다. (사실 나는 선재 업고 튀어도 그런 점에서는 납득할 수 있었다.) 게다가 이 드라마 자체는 과거를 바꾸긴 해도, 절대 움직이지 않는 시간선에 기대고 있다. 과거를 바꾼 것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내 의지를 가지고 과거를 간다.
미래를 보는 초능력도 마찬가지다. 미래를 보았다고 해서 미래에 발생한 일을 막을 수는 없다. 미래를 보고 대비하는 것 자체가, 이 미래를 보여주는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권교정의 페라모어 이야기(청년 데트의 모험 프롤로그)에는 미래를 보는 거인들이 있는데, 이들은 자신들이 본 미래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자신의 죽음도 기꺼이 받아들인다. 물론 그들이 본 미래는 단편적이기 때문에, 상상한 미래와 실제는 다를 수 있다. 히어로가 아닙니다만은 이런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다.
이렇게 절대 변하지 않는 시간선은 테드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영화 컨택트 원작)를 떠올리게 한다. 과거, 현재, 미래는 과거가 바뀐다고 해서 미래가 바뀌는 인과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라, 전체가 동시에 존재하고 이미 정해져 있다는 게 외계인들의 언어를 통해 알 수 있는 시간 개념이다. 미래를 알지만 바꿀 수 없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미래로 달려가는 선택을 한다는 것. 당신 인생의 이야기에서도 그렇지만, 이 드라마에서도 그 이유를 가족에 대한 사랑에 맡겨버리며 구멍을 메워버린다.
또 한 가지, 이 드라마는 연기 파티를 살벌하게 하는데, 그중에 나는 백일홍 배우, 김금순 님에게 매우 감탄을 하게 되었다. 잔인하면서도, 또 한쪽에 품고 있는 따뜻함이 있는 매우 입체적인 사람. 연기가 애매하면 오락가락하는 사람 같을 텐데, 너무 연기가 살벌하니 납득이 되는 것이다. 다른 작품을 찾아보니, LTNS에서 이학주의 연상불륜녀 역을 맡았었다. 그때는 배역 자체가 신선해서 충격적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아마도 연기가 그 충격의 일부가 아니었을까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이 드라마는 원작이 없는 오리지널 극본이라고 하는데, 오랜만에 처음부터 끝까지 거슬리는 데 없이 만족스럽게 볼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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