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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일기

10/9 아웃랜더

나비사슴 2023. 10. 10. 12:19

🚨스포일러 주의!

우연히 유튜브를 보다가 아웃랜더 요약 영상을 봤다. 예전에 넷플릭스에 뭐 볼 것 없나 찾다가 1회를 시도했었는데, 1회를 넘기지 못하고 껐던 기억이 있다. 1940년대에 200년 전의 스코틀랜드로 타임워프하는 이야기인데, 1940년대도 너무 예전이어서 몰입이 안되는데다 타임워프하자 마자 강간 미수 등 당시의 폭력성이 보기 어려웠다. 왕좌의 게임도 폭력적이기는 매한가지지만, 판타지 세계라 남의 일 같고 액션 같았다. 그런데 아웃랜더는 왠지 더 현실성이 느껴져 보기 힘들었다.

요약본에서는 그런 부분을 많이 잘라내 흥미로운 부분만 볼 수 있었다. 게다가 가장 재미있다는 시즌1을 요약한 거라 제대로 영업당했다. 그래서 시즌2를 보기 시작했는데, 1화의 내용이 주인공 클레어가 원래 시간대로 돌아간 내용이었다. 그런데 그 이후에 아무 설명 없이 1700년대 시간대의 이야기가 지속되는 것 아닌가? 뜬금없이 스코틀랜드에서 프랑스로 갔고, 과거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내용이었다. 시즌2 요약글을 살짝 보니 마지막 화에 클레어가 아이를 낳았고 그 아이가 다 커서 거의 20년이 흐른 뒤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조금 더 관련 글을 찾아보니 시즌1에서 클레어가 미래에서 왔다는 것을 1700년대 남편인 제이미에게 다 이야기했고, 돌려보내려고 했다는데 왜 다시 돌아왔는지 요약 영상에는 나오지 않았다. 역시 요약 영상으로는 다 이해하며 볼 수 없구나 생각하며, 어느 편에서 타임워프에 대해 이야기하는지 찾기 시작했다. 스킵하기, 빠르게 보기 등등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을 읽으며 나는 절대 하지 않는 행동이라 말했던 것들을 모두 시전했다.

시즌1에서는 클레어가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자신의 시간대를 포기하고 살아가는데, 왜 시즌2에서는 돌아가 아이를 낳고 살아가는가. 심지어 시즌1의 제이미는 말도 못할 경험으로 트라우마를 가지게 되었는데 어떻게 그를 버리고 떠나게 되었는가. 스코틀랜드의 독립을 위해 힘쓰는 이야기보다 그게 더 궁금해, 다른 이야기를 모두 스킵하고 시즌2의 마지막화를 본 뒤, 시즌3로 넘어갔다. 거기에 내가 궁금해하던 것들이 모두 있었다.

자신의 시간대로 돌아온 클레어는, 제이미가 죽은 것으로 생각하지만(사실 현재 시간대에는 죽은 것이 맞지만) 그를 잊지 못한채 20년간 살아간다. 그러다 사료를 통해 그가 200년전, 그러니까 지금 다시 돌아가면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그 과정에서 딸인 브리애나는 엄마가 미쳤다 생각하다, 과거로 사라지는 사람을 두 눈으로 보게 되고 결국 출생의 진실을 믿게 된다. 그리고 앞으로 영원히 못볼 수도 있지만 엄마를 과거로 보내준다.

나는 시간을 넘나드는 이야기에 몹시 매료되는 편이다. 과학적으로는 시간을 되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다. 하지만 인현왕후의 남자처럼 과거에서 현재로 이동해 낯선 세계를 극복해나가는 인물을 보며 재미를 느낀다. 반대로 보보경심처럼 과거로 돌아가 그 시대의 사고방식에 충격을 받는 등, 지금과 다른 세계를 잘 그려줄 때도 흥미롭게 느껴진다. 과거가 바뀌면 현재도 바뀔 수 있다는 가정으로 극단적인 흐름을 보여준 나인이나, 미래를 바꾸기 위해 몇 번이고 반복하는 타임루프 형식의 상견니나 개단도 재미있게 보았다.

아웃랜더의 경우 과거로 돌아가 자신이 가진 능력으로 극복해내는 것은 좋았다. 그 세계에서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는 순간을 그려내는 것도 개연성이 있었다. 다만, 보보경심처럼 이미 쓰여진 역사의 경우, 바뀔 수 없고 헛된 수고처럼 느껴져 프랑스에서 애쓰는 것이 흥미롭지 않았던 것 같다. 그보다는 원래 시대보다 과거에서 만난 인연에 더 강렬한 이끌림을 가지고, 사료를 통해 그의 존재를 눈치채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것은 인현왕후의 남자가 떠올라 더 재미있게 봤던 듯 하다. 하지만 아웃랜더에서의 이야기가 앞으로는 세계일주 같은 느낌이고, 너무 많은 시간여행자가 등장해 뒤죽박죽 닥터후 같은 느낌이라(원래 시작이 닥터후에서 영감받았다고 함) 더 볼 수 있을까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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