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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늦게 집에 도착하니 첫째 고양이 봄이가 달려 나왔다. 나에게 단 한 번도 골골댄 적 없고, 가끔 발치에서 잠을 자긴 하지만 상체 쪽으로는 단 한 번 몸을 기댄, 나를 아주 친밀하게는 여기지 않는 고양이다. 그래도 한 번도 만지지 못한 둘째 여름이와 달리, 내가 쓰다듬는 걸 좀 불쾌하게는 생각해도 허락해 줘 고맙게 여기고 있다.
근데, 한걸음에 달려온 봄이를 가만히 살펴보니 왼쪽 눈이 살짝 감겨 있었다. 눈두덩이가 부어 있었다. 모기에 물렸나 싶었는데 왼쪽 입가를 보니 상처가 있었다. 얻어터진 것 같았다. 범인은 여름이겠지.
봄이와 여름이는 꽤 잘 지내는 편이지만, 애정의 화살표는 한쪽으로만 흘러 일방적으로 여름이가 봄이에게 치대는 편이긴 하다. 그래도 봄이는 가끔 여름이를 그루밍해 주는데, 여름이는 그게 아프고 불편한지 크게 소리 내며 뒷발로 차거나 도망치곤 한다. 하지만 그런 일이 여러 번 있었음에도 이렇게 다친 적은 없었다.
집에 들어오기 전, 동생이 고양이가 토한 흔적을 사진 찍어 보냈다. 봄이의 것으로 추정되었다. 최근에 토한 흔적이 좀 많고 재채기를 자주 하는 듯해 건강검진을 받으러 가자고 이야기했다. 근데 이렇게 눈을 다쳤는데도 아무 말도 안했다고? 사진을 찍은 이후에 발생한 일이거나 자세히 살펴보지 않았겠지. 아침에 일어나서 물어보니 후자라고 했다. 어떻게 이 예쁜 얼굴이 눈탱이 밤탱이가 되었는데 모를 수 있지?
봄이는 불편한지 자꾸만 발을 핥아서 그루밍을 했다. 너무 많이 핥아 털이 빠지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너무 속상한 마음에, 범인으로 의심되는 여름이에게 '적당히 했어야지!'하고 크게 소리를 질렀다. 아무 것도 모르는 여름이는 그저 냥냥 대며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내게 애정을 주지 않는 고양이인데도, 이렇게 속상하다니.
시간이 지나면 좀 괜찮아지기를 바라며, 주말에는 건강검진을 하러 병원에 가볼까 한다.
+ 병원에 가니 범인은 모기일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괜히 한 소리 들은 여름아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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