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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 모니터 두 대를 번갈아 보고 있다. 너무 한 곳만 오래 쳐다보면 목에 좋지 않아 가끔은 모니터 위치를 바꿔줄 필요가 있다고 한다. 아침에 도착하면 모니터 한 곳에 유튜브의 한강 라이브를 튼다. 밤이 되면 분수쇼를 하는 반포한강공원 뷰의 한강 라이브 영상이 몇 개나 있다. 이 영상에서는 구름이 몇 개나 떠 있는지, 강에 비친 하늘색은 어떤 색인지를 알 수 있다. 비가 오는 날엔 부산이나 다른 나라의 라이브 영상을 찾아본다. 언제든 날씨가 좋은 풍경을 볼 수 있는 게, 요즘 시대의 즐거움 아닐까.

좋은 날씨를 떠올리니 문득 토요일의 풍경이 생각난다. 여우가 시집가는 날에 내리는 비, 해가 짱짱한 날 가만히 쳐다보아야 알 정도로 잔잔히 내리는 비를 여우비라고 한다. 푸릇한 인조 잔디 위에 비가 내리다 말다 하더니 어느새 완전히 그쳤다. 캠핑하러 온 가족들은 운동장에서 캐치볼을 하거나, 배드민턴을 치기도 하고, 아이들끼리는 서로 잡으러 뛰어다닌다. 한참을 뛰어다니던 아이들은 마술쇼가 시작되자 의자에 앉았다. 아니 앉았다 일어났다 난리가 났다. 빨간색 천이 하얗게 변하고, 종이 박스 안에 들어간 병이 사라지는 마술쇼를 보며 아이들은 환호성과 박수 소리를 멈추지 않는다. 마술사는 아이들을 쥐락펴락하며 호응을 이끌어내다가, 무대 아래로 내려가 비눗방울 총을 쏘고 다니기 시작한다. 비가 그쳐 맑은 하늘에 송골송골 작은 비눗방울이 가득하다. 하늘을 가득 채운 비눗방울은 얼마 올라가지 못하고 사라지지만, 잔상은 오래 남는다.

어떻게든 좋은 풍경을 보며 일할 수는 있다. 무엇을
택할지는 내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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