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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4/22 때 아닌 방학숙제 타령

나비사슴 2024. 4. 23. 09:34

어느 여름방학 마지막 날, 책상 위에 올라가 자던 게 생각난다. 밀린 숙제를 하다 너무 지쳤던 것이다. 일기를 쓰기 위해 날씨도 지어내고, 탐구생활도 뒤늦게 하고. 사실 나는 숙제를 제대로 했던 때가 없었다. 방학 숙제뿐 아니라 수학익힘책도 하기 싫어서 잃어버렸다고 거짓말을 한 적이 있다. 대학 때 독후감도 늘 디데이에 밤을 새웠다. MSN 혹은 네이트온 메신저에 불이 켜진 친구들을 보며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위안을 받곤 했다.

오늘도 숙제가 있었다. 인스타그램에 3개 글을 올리고 릴스 1개를 만들어야 했다. 문제는 오늘 저녁엔 다른 일정이 있다는 거다. 지하철에서 대략 어떤 내용으로 올릴지를 고민은 했으나, 일기와 달리 인스타그램은 사진 편집이 중요했다. 핸드폰으로도 하는 사람들이 있겠으나, 아직 내 폰으로는 해보지 않아 자신이 없었다. 직접 사진을 찍을 게 아니어서, 적절한 사진을 찾는데도 시간이 걸렸다. 회사에서 일하는 동안 짬짬이, 점심시간에도 밥을 재빨리 먹고 이미지를 만드는 데 온 힘을 다했다. 글은 저녁 약속에 가는 길에 써도 되니, 일단 이미지를 만들어두자 생각했다. 정말 아슬아슬하게 이미지를 만들고 퇴근길에 완료했다.

기한 내에 했다는 뿌듯함과 함께, 이렇게밖에 할 수 없었던 자신에 대해 실망감이 몰려왔다. 초등학교 때와 달라진 게 무엇인지? 한결같음에 헛웃음도 났다. 과제의 질을 평가하지 않겠다고는 했지만, 시간만 더 있었다면 이것보단 더 좋은 결과물을 냈을 것이다. 물론, 이게 내 최대치일 수도 있다. 이렇게 닥쳐서 하는 것까지가 내 능력일지 모른다. 능력 상승을 위해 다음엔.. 조금 시간을 여유롭게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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