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사슴 2025. 5. 19. 12:00

5월 11일 폭풍 같던 대회가 끝났다.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어 무사히 끝났지만, 과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대회 전날 3시간만 자고, 당일에 온갖 실수들을 하고, 급변한 상황에 맞춰 설정을 바꿔가며 우당탕탕했다. 그래도 재미있었다고 말해주는 참가자들, 덕분에 끝날 수 있었다고 인정해 주시는 운영진들 덕분에 뿌듯하게 마무리를 했다.

그렇게 이번 주는 평화롭게 휴식을 즐길 줄 알았건만 우리는 또 일을 저질렀다. 전 세계의 오리엔티어들을 위한 축제가 있어, 그 일원이 되기 위해 이벤트를 연 것이다. 어떻게 진행할지도 전혀 계획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장소와 시간만 정해 공지를 올렸다. 여기저기 알고 있는 매체로 순식간에 홍보를 했고, 다행히 짧은 시간 안에 거의 30명이 모아졌다.

목요일 만나 대략 어떤 그림을 그릴 것인가를 공유했고, C언니가 금요일에 답사하고 방식을 확정 짓고 토요일에 만나 준비물을 챙기기로 했다. 그런데 금요일에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그것도 우르르 쾅쾅 온갖 지역에 재난문자로 난리 날 정도로 많이 왔다. 언니는 답사를 못했고 토요일에 만나 실제 지형을 보니 솔직히 답이 없었다. 맑았던 날씨도 오후가 되니 비로 바뀌어, 비를 맞으며 돌아다녔다.

밤을 샜다. 나는 익숙하지 않은 지도 프로그램과 싸웠고, 언니는 잠과 싸웠다. 오랜 경험으로 대회에 필요한 장비들은 거의 완벽하게 빠르게 준비했지만 지도에 필요한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했다. 집에 도착한 게 새벽 5시였고 3시간만 자고 일어나 대회장소에 도착했다.

시간을 다투긴 했지만, 다행히 일은 착착 진행되었다. 지도 출력 후 픽업하는 시간도 완벽했고, 급하게 설치하고 돌아와서 준비가 다 되자 사람들이 도착하기 시작했다. 홍보한 모든 매체에서 최소 한 팀씩 신청한 걸 알았다. 이제까지 해온 게 헛되지 않았다는 점이 우리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전날 걱정했던 것과 달리 날씨가 좋았다. 일이 있어 이벤트에 참여하지 못해 미안하다며, 잠시 들러준 친구의 도움이 있었다. 급하게 준비했지만 다들 재미있게 즐겼다. 분명 아쉬운 부분이 있었을 것인데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 주었다. 끝나고 참가자들에게 사진을 보냈는데 수고했다는 말과 응원을 많이 들었다.

분명 힘들고 지쳤으나 고마운 마음들이 그 위를 덮어버려, 기분 좋음만 남았다. 이벤트를 마치고 하늘공원에서 만끽하는 풍경이 어느 때보다도 아름다웠다.

하늘공원 메타세콰이어길
하늘공원 전망대
푸르름이 가득한 하늘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