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일기

4/20 4월의 쑥쑥이

나비사슴 2025. 4. 21. 14:17
2025년 4월

 
올해도 쑥쑥이가 자라고 있다. 매년 4월이 되면 연둣빛 싹을 틔워낸다. 쑥쑥이는 2011년에 우리 집에 온 아마릴리스의 이름이다. 구근을 함께 구매한 H의 아마릴리스보다 내 아마릴리스가 훨씬 크게 자라 쑥쑥이라 이름 붙였다. 같은 시기에 샀고, 구근의 크기도 비슷했는데, 어째서 이렇게 다를까? 나중에 식물의 성장은 화분에 비례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H는 구근의 크기에 맞게 적당한 화분을 선택했는데, 나는 당시 나무를 키우던 큰 화분에, 죽은 나무를 치워버리고 쑥쑥이를 심었다. 그랬더니 정말 말도 안 되게 크게 자랐다. 아마릴리스를 검색했을 때, 우리 쑥쑥이만큼 크게 자란 걸 본 적이 없다.
 

2016년 3월

 
첫해 겨울엔 잎을 모두 잘라내 구근 상태로 보관했다. 겨울에는 구근이 얼지 않도록 신문에 싸서 냉장고에 넣어두어야 한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겨울, 깜박 잊고 그냥 심어둔 화분에서 봄이 되자 씩씩하게 잎을 키워내는 걸 본 이후로는 따로 관리를 하지 않고 놔두고 있다. 찾아보니 얼지 않는다면 굳이 구근 상태로 보관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베란다가 춥기는 하지만 영하로는 떨어지지 않아 쑥쑥이는 무사히 살아남은 것 같다. 
 

2017년 4월

 
구근 식물은 옆에 새끼 구근이 생기는 형태로 자라난다. 2017년부터 구근에서 여러 개의 잎의 솟아나기 시작했고, 잎이 두꺼워져 새끼 구근이 좀 커졌나? 싶었을 때 다른 화분에 심었다. 처음 나눠 심을 때 놀랐던 건, 화분 아래에 그물과도 같이 뿌리들이 얽히고설켜 있었던 거였다. 거의 야만적으로 뜯어내다시피 해 화분에 심었는데, 새로 심은 화분에서 구근이 자라지 않을까 걱정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3개의 화분에서 자라고 있다. 아, 최근에 식물을 좋아한다는 친구에게 구근을 선물해 주기 위해 작은 화분에 구근을 하나 뜯어내 심어 놓았는데, 거기서도 잎이 자라고 있어 정확히는 4개다.
 

2011년 6월

 
나는 식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애정이 없어 딱히 돌봄이랄 것을 하지는 않는다. 겨우 물만 주고 있는데도 이렇게 씩씩하게 자라나는 걸 보면 생명력이 참 대단한 것 같다. 그래서 간혹 식물을 잘 못 키운다는 사람에게 아마릴리스를 권하곤 한다. 들이는 노력에 비해 놀라움이 크기 때문이다. 봄이 되면 잎이 자라남과 동시에 꽃대가 올라온다. 첫해 올라온 꽃대에서 살그머니 얼굴을 드러낸 쑥쑥이를 기억한다. 꽃은 생각지도 못했던, 화려한 붉은색이었다. 그것도 꽃대 하나에 정말 커다랗고 매끈한 표면의 꽃 4개가 피어났다.

2011년 6월

 
올해도 새 잎이 돋아나고, 꽃대가 올라왔는데 이번에는 총 7개였다. 꽃대 하나에 꽃이 4개씩 피니, 총 28개의 꽃이 필 것이다. 올봄은 베란다가 아마릴리스로 활활 타오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