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일기

3/20 음알못의 취향

나비사슴 2025. 3. 21. 19:01

음악을 자주 듣는 편은 아니지만, 인스타에 매달 회고글을 올린 이후로 ‘이달의 음악‘에 신경을 쓰게 됐다. 예전엔 좋아하는 콘텐츠의 OST를 통해 새로운 노래를 알게 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처럼 콘텐츠를 많이 보지 않는 시기에는 주로 알고리즘의 축복으로 노래를 만난다. 유튜브 뮤직은 첫 번째 노래를 선택하면, 그 뒤로 비슷한 노래들을 연이어 들려준다. 이달의 음악은 가장 많이 선택한 첫 번째 노래를 올리곤 한다.

알고리즘이 없던 고등학교 때는 라디오가 새로운 음악을 만나는 창구였다. 10시 반부터 12시까지 기숙사에서 야간자율학습을 할 때는 늘 이어폰을 꽂고 라디오를 들었다. TV도 볼 수 없고, 인터넷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무심히 듣다가 귀에 확 꽂히는 노래가 나오면, 들리는 가사를 받아 적었다. 적어둔 가사는 주말에 집에 가서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어떤 노래인지 찾아봤다. 그렇게 찾은 노래가 성시경의 내게 오는 길과 롤러코스터의 습관이었다.

성시경과 롤러코스터의 노래를 좋아했지만, 앨범까지 사지는 않았다. 가수를 좋아해 앨범을 들은 건 극소수다. 친구가 추천해 준 앵콜요청금지의 계피 목소리에 반해, 브로콜리너마저와 여름방학 노래를 한때 많이 들었다. K팝스타에 나온 악동뮤지션을 좋아해, 앨범 전곡을 질릴 때까지 들었다. 사실 질리진 않아 아직도 잘 듣고 있다. 명반이라는 언니네 이발관의 가장 보통의 존재도 전곡을 들어본 몇 안 되는 앨범이다. 가끔씩 수록곡을 길에서 들으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일상을 항상 음악으로 채우고, 매년 페스티벌에 찾아가는 정도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 비하면 나는 음알못이다. 하지만 취향은 확고하다. 너무 빠르거나 느린 음악보다는, 미디엄 템포의 노래를 좋아한다. 듣다 보니 정이 드는 노래보다는, 전주부터 마음을 건드리는 노래가 더 많다. 특히 드럼의 쿵쿵쿵쿵이나, 기타의 둥둥둥둥부터 설레는 노래들을 좋아한다. 요네즈 켄시의 LADY나, 이달의 음악 후보인 eldon의 Monster는 전주를 듣자마자 마음에 쏙 들었다. 그런 첫 만남의 순간을 좋아한다. 앞으로도 그런 설레는 순간이 많이 찾아오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