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한파 달리기
아침에 일어났더니 몸이 무거웠다. 어제 늦게 들어온 데다 가민 선생님 권장 수면 시간을 충분히 채우지 못했다. 침대에서 미적거리다 아침 스트레칭도 하지 않았다. 씻으러 화장실에 가니 얼굴이 엉망이었다. 우와. 이거 괜찮은 건가? 아직 안 쓴 비공식 반차가 아른거렸다. 오늘은 달리는 날이기도 한데, 아침부터 이런 컨디션이어서 어떡하나. 잠시 고민했다. 곧 뛸 때 갈아입을 옷, 뛰고 나서 갈아입을 옷을 챙기고, 옷을 잔뜩 껴입고 나왔다. 오늘도 한파 때문에 조심하라는 안전 문자가 난리를 쳤다.

보통 퇴근 후 연대 트랙에 도착하면, 늘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는데 오늘은 깜깜했다. 축구를 하지 않는 때엔, 최소한의 불만 켜 놓는다. 내가 도착했을 땐 트랙을 뛰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오늘은 6분 페이스로 조깅 8km, 운동장 20바퀴를 돌기로 했다. 하지만 언제나와 같이 뛰는 사람들은 넘치는 힘을 주체하지 못했고, 특히 J언니가 와서 기본 페이스가 빨라졌다. 나는 그냥 내 페이스대로 달리기로 했다. 우리가 뛰기 시작하자 점점 사람이 늘어나 나중엔 6-7팀 정도가 같이 뛰었다. 그중 한 분은 굉장히 속도가 빨랐다. 키나 뛰는 폼을 보아 아무래도 여름에 입고 뛰는 티셔츠에 반해서 사게 만든 모델 분인 것 같았다. 잠시 뛰는 속도에 반응해 조금 빠르게 달리다, 스스로를 진정시켰다.
요즘 즐겨 듣는 노래는 Reality Blue라는 노래로, 스치듯 흘러가는 자동 플레이리스트에서 귀에 꽂힌 노래다. 특히 Oh pretty lie 부분이 들을 때마다 좋다. 뛰면서 노래를 듣는 편이 아닌데, 자꾸 그 부분이 머릿속에 반복재생 되었다. 조깅이라 힘들지 않으니, 더더욱 그랬다. 사실 달릴 때 말고 밥 먹을 때도 그랬는데, 인사이드 아웃이 자꾸 생각났다.
천천히 달렸는데도, 다 뛰고 나니 또 온몸이 땀으로 젖었다. 모자를 벗으니 머리를 감은 듯했다. 이대로 집에 가다간 또 덜덜 떨며 갈 것이다. J언니랑 같이 화장실에 가서 옷을 갈아입었다. 갈아입을 옷이 몹시 차가워져 있었고 바디티슈는 얼어있었다. 춥긴 추운 날이다. 그래도 옷을 갈아입으니 쾌적하고 너무 좋았다. 여름이나 겨울 모두 운동하기는 참 힘들지만, 흠뻑 땀 흘리고 이렇게 옷을 갈아입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한껏 최선을 다한 느낌.
다음 주엔 날이 풀릴까. 이제 슬슬 인터벌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