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일기

1/27 대설 특보, 설날 특단

나비사슴 2025. 1. 27. 23:48

원래 오늘 아침의 계획은 이랬다. 아침에 일찍 내 기준 서울 1대 떡집에 가서 흑임자 인절미와 다른 떡들을 산다. 늦게 갔을 땐, 다른 떡들의 종류가 많지 않아 일찍 가서 사야 원하는 떡을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노리는 떡은 두텁떡이다. 떡보인 H에게 떡을 가져다주고, 동생과 함께 문경으로 떠나려고 했다. 그전엔 28일 새벽에 출발할 예정이었으나, 눈이 많이 올 것 같다고 해서 27일에 출발하려 했었다.

근데 27일 새벽, 눈이 많이 올 예정이니 조심하라는 재난안전문자가 2개나 왔다. 깜짝 놀라 지도 어플을 켰는데 41개 지역의 대설특보가 떠있었다. 시간이 지나니 49개 지역으로 늘어났다(지금은 119개 지역). 지금 가도 이미 위험할 것 같았고, 솔직히 눈 오는 설날에 운전을 할 자신이 없었다. 게다가 눈이 왔을 때 백중추돌사고가 났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더더욱 오늘이고 내일이고 차를 운전해서 가는 게 매우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생에게 이야기를 전하니 처음엔 28일에 가자는 이야기인 줄 알고 헛소리하지 말라는 투였다가, 아예 내려가지 말자는 뜻이란 걸 알고 누그러졌다. 알고 보니 동생도 눈 오는 데 운전해서 가는 것이 불안해 예민했었단다. 엄마 아빠에게도 의견을 물었고, 당연히 섭섭해하시지만 안전을 생각하면 내려오지 않는 게 좋겠다고 결정이 되었다.

갑자기 예상하지 않은 긴 연휴가 생겼다. 문경에 내려갔다면, 장을 보고 전을 부치고 떡을 사 와서 배부르게 먹으며 가족 간에 담소를 나눴을 텐데. 아쉽게나마 둘이서 장을 보러 가기로 했다. 동생이 회사에서 받은 온누리상품권을 소진하기 위해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기로 했다. 처음엔 가까운 증산시장에 갔다가, 텅텅 비어 있고 전도 예약해야만 구매할 수 있어서 활기찰 것으로 예상되는 망원시장에 갔다. 떡갈비, 고추튀김과 모둠전, 군만두, 문어, 떡, 잡채와 나물들, 딸기를 샀다. 튀김류가 좀 많은 느낌이긴 하지만, 그래도 둘이서 신중하게 먹고 싶은 것들을 상의해 샀다. 막걸리도 한 병 사서 와, 저녁에 전을 먹으며 인증샷을 찍었다. 엄마 아빠에게 사진을 보내, 설날 느낌을 내고 있다는 걸 알렸다.

이제 3일의 연휴가 남았다. 이 선택으로 가장 큰 이득을 본 건 우리 집 고양이들인 것 같긴 하다. 솔직히 예상치 못한 휴일동안 어떻게 먹고 지낼지 조금 막막하다. 하지만 어떻게든 되겠지. 보람차게 보낼 방법, 혹은 야무지게 쉴 방법을 찬찬히 생각해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