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일기

11/16 욕심쟁이의 하루

나비사슴 2024. 11. 16. 23:06

새벽 5시 반 알람을 듣고 일어났다. 씻고 준비해서 6시 반 좀 넘어서 집을 나왔다. 행사장에 8시 20분 전에 도착해서 짐을 내렸다. 행사의 전문가들이 모여서 그런지 업무 분장도, 진행도 수월하게 흘러갔다. 경기의 난이도도 적절해서 참가자들도 재미있게 즐긴 듯했다. 11월 중순인데도 따뜻한 날씨 덕에 더 좋았던 것 같다. 12시에 모든 행사를 마치고 짐을 사무실에 가져다 놓은 뒤, 맹탕 같은 커피를 마시며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 7시엔 낭독 공연을 보기로 했다. 대본 리딩 클럽에서 추천해서 보기로 했는데, 사실 내일이 대회라 무리한 스케줄이긴 했다. 그래도 좀처럼 있는 기회는 아니다 싶어서 O님에게도 연락해 같이 보기로 했었다. 근데 아침 일찍 일어났다 보니 피곤해서 휴식이 필요했다. 한 시간 정도를 잤다. 그리고 일어나 찾아놓은 만두 맛집에 갔다. 평소 맛집을 찾는 편은 아니나, O님이 찾아달라고 하니 극장 근처 맛집을 뒤졌다. 그리고 매우 만족했다. 근래 먹을 것에 좀 집착하며 살았는데, 그 집착이 사라질 것 같은 맛이었다.

이번에 본 낭독극은 The Flick이라는 국내에서 초연하는 번역 작품으로, 내년에 올리기 전에 미리 하는 공연이라 했다. 이 극단에서는 연말에 이렇게 낭독극을 한다고 했고, 나중에 관객과의 대화를 보니 작품 홍보 겸, 관객의 반응도 보고 싶어 낭독 공연을 하는 듯싶었다. 낭독극이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보지 않고 예매한 나는, 이 작품이 퓰리처상을 받았다는 것도, 2시간 반이나 해서 2막으로 진행될 것도 알지 못했다. 하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액티브하고, 뜻밖의 집중력을 요하는 공연이어서 좋았다.

사실 요새 내가 벌려놓은 일들이 많아 스케줄이 무리가 가고, 이 욕심을 어떻게 줄여야 할까 고민이 많았다. 근데 벌려놓은 덕분에 이렇게 뜻밖의 즐거움을 얻을 때마다 저지르길 잘했다고 생각되는 엔딩이 되고 만다. 하지만 언젠간 무리가 되어 못하게 되는 때가 있겠지. 넘치는 활력이 고갈되기 전에, 예방책을 얼른 마련해야겠다. 일단 내일 광주를 다녀와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