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일기

6/7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나비사슴 2024. 6. 10. 08:39



누가 시킨 것도 아니건만, 왠지 퓨리오사는 영화관에서 보아야 할 것 같은, 좋은 사운드로 보아야 할 것 같은 마음에 날짜를 고르고 고르다 오늘 보기로 했다. 내가 좋아하는 만큼 사람들이 퓨리오사에 대한 기대가 없기 때문인지, 아니면 아이맥스가 아닌 돌비 애트모스는 그다지 매력이 없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영화관은 텅텅 비어 있어 당일 예매였는데도 좋은 자리로 예매했다. 일반관보다 거의 5000원 이상 비쌌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일반관도 자리는 많았다. 내가 너무 늦게 보는 걸까.

퇴근 후 7시 50분. 회사에서 출발하면 상암에는 7시쯤
도착할 것이다. 오늘 오후에 설빙의 망고빙수와 인절미 토스트를 먹어 저녁은 패스하기로 했다. 몸무게가 줄고 있어 재미있게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데, 초를 치고 싶지 않았다. 예상대로 7시 좀 넘어서 도착했고,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다 손목닥터의 걸음수를 채우기 위해 걸으며 듀오링고를 했다. 지난달 지도를 그리기 위해 자주 오던 이곳을 아무 목적 없이 돌아다니니 기분이 이상했다. 넓은 광장을 보니 마음이 편안해져, 종종 여기서 산책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생각했다.

올해 극장에서 보는 네 번째 영화. 그래도 올해는 작년보다 영화관 방문을 자주 하는 편이다. 작년엔 통틀어 5편만 영화관에서 보았다. 돌비 애트모스관은 처음인데, 사운드를 자랑하기 위한 샘플 영상에서 비행기가 날아가는 소리를 들으니 탑건을 이 관에서 봤다면 좋았겠다 생각했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를 볼 때, 드니 빌뇌브의 시카리오와 컨택트를 볼 때처럼 사운드에서 충격을 받았었는데 이번에도 그 기회를 놓치기 싫었다. 하지만 영화 감상을 하고 나니 음악은 좀 아쉬웠다. 분노의 도로의 음악이 그대로 쓰여 놀라움이 덜했고, 음악이 주는 인상적인 순간이 거의 없었다.

내가 보기엔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는 정말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를 재미있게 본 사람들을 위한 세계관 설명 자료였다. 스쳐 지나가듯 말로만 언급됐던 무기공장과 가스타운의 역할, 시타델과 각 지역과의 관계, 어떻게 여자인 게다가 왼쪽 팔을 잃은 퓨리오사가 전쟁 영웅이 되었고 전투 트럭을 몰 수 있었는지, 어떻게 그 긴 세월을 기다리다 그날 탈출을 감행하게 되었는지를 조금 알 수 있었다.

또 한편으로는 마지막에 분노의 도로의 클립을 보며, 퓨리오사가 주인공일 다음 매드맥스 시리즈의 광고 같단 생각도 했다. 거의 10년이 다 되어가며 사람들이 잊어갈 때가 되었으니, 나 다음 편도 준비하고 있어, 잊지 마라.라고 관객들에게 말하는 느낌? 비하인드를 찾아봤을 때 샤를리즈 테론이 영화를 찍으며 너무 고생을 했고, 또 지각을 하는 톰 하디 때문에 화가 나서 사이가 너무 안 좋았다는 이야기가 있어 다음 시리즈가 나올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추측도 있었다. 그게 사실이라면 이번 영화를 통해, 감독이 나는 너를 기다리고 있다며, 샤를리즈 테론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분노의 도로만큼 감동을 받지는 않았지만, 전투 트럭씬의 새로운 액션 비주얼에 짧은 감탄사를 내뱉을 만큼 영화 자체는 재미있었다. 아마 퓨리오사의 다음 영화가 나온다면 프리퀄인 이 영화부터 시작해 다시 복습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