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일기

6/1 악성 소망

나비사슴 2024. 6. 3. 08:44

입 밖으로 내뱉은 말은 강력한 힘을 가졌다. 정말 아주 잠깐 스쳐 지나가듯 했던 생각을 이야기했더니, C언니는 그걸 자신의 기준에서 해석해 줬다. 그리고 정말 그 방향으로는 생각해 보려는 마음이 전혀 없었는데, 생각의 가지가 계속해서 뻗어나갔다. 그러다 내 성향과 반대되는 행동을 하는 선택지가 눈앞에 놓였다. 웬만하면 안 할 텐데, 계속 생각하다 보니 정말이지 그게 너무 해보고 싶어졌다.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사는 사람의 얼굴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얼굴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게 이분화했을 때, 나는 사실하고 싶은 걸 하고 사는 사람 쪽이긴 하다. 하지만 그런 나에게도 비밀이 있는데, 나는 잘 못하거나 성공 확률이 낮을 것 같으면 빨리 포기해 버려서 하고 싶은 마음을 없애버린다. 물론 그렇게 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걸로 해결이 된다. 문제는 그런 포기가 안 되는 것들인데, 그렇게 내 통제 아래 들어오지 않는 악성 소망은 내 몸을 아프게 하는 경향이 있다.

너무도 해보고 싶은 이번의 소망은, 몇 개의 척도를 통해 성공 확률을 재보았는데 너무도 낮아 묻어버리고 싶어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해보고 싶은 마음이 너무 강해, 악성으로 남게 된다면… 내가 다른 사람이 된 느낌으로 해보지 않을까 싶다.

뜬금없이 뱉은 이 말이 이렇게 커질지 누가 알았을까? 정말 말 조심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