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 연예인 스케줄
언젠가부터 달력을 엄청 열심히 쓰고 있다. 달력에 써두지 않으면 어떤 약속을 잡았었는지 잊기 일쑤고, 중복해서 약속을 잡는 일도 있다. 그게 하나하나 차곡차곡 쌓이면, 일주일 내내 쉬는 날이 하나도 없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어떤 일정은 한 달 전 혹은 두 달 전에 미리 정해두기도 한다. 한참 뒤로 잡아버린 날짜는 순식간에 눈 앞으로 다가오는데, 그럴때마다 시간이 빨리 흐른다는 것을 감지한다.
달력에 스케줄을 작성하는 것은, 뜻밖의 단점이 있다. 너무나 당연하지만 적어놓지 않으면 아예 기억을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가끔 날짜가 바뀌거나, 이야기가 나왔을 때 바로 달력에 적어두지 않으면 그건 약속이 없는 날로 여겨져 간혹 겹치기도 한다. 그런 일이 예전에 종종 있어서 이제는 핸드폰을 꺼내 바로 적어둔다. 적어둔 스케줄은 하루에도 몇 번 살펴본다. 오늘 무슨 약속이 있는지, 이번주에 무슨 약속이 있는지. 그리고 책 모임이 많아서 다음 모임 전에 어떤 책부터 읽어두어야 할지를 결정해서 읽는다.
이렇게 스케줄을 적어두면서 놀라는 점은, 하루는 24시간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간을 쪼개 하루에 3탕도 약속을 잡을 수 있는데, 그게 참 알차게 시간을 쓰는 것 같으면서도 왠지 바쁜척 하는 것 같아 부끄러워지기도 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그렇게 시간을 쪼개 만나는 것이, 자신에게 집중하지 않는 것이라 생각해 섭섭해 한다는 것도 알아 왠지 조심스러워진다.
또 가끔은 미리 정해둔 일정을 뒤로 미뤄야 하는 경우가 있다. 보통은 자주 보는 일정일 경우 뒤로 밀리게 마련이다. 웬만해서는 시간을 쪼개겠지만, 아예 그렇게 하기 힘들 때는 일정을 뒤로 미루고 내가 빠져도 되는 모임에는 양해를 구한다. 나 없을 때 재미있게 노는 걸 싫어한다는 ENFP 정도는 아니지만, 나도 내가 없는 자리에서 재미있는 일이 있다고 하면 아쉬운 마음을 꽤 많이 가지는 편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다 내가 한 짓인데. 그래서 가능한 그 모임을 뒤로 미뤄서라도 가려는 욕심을 가질 때가 있다.
언제나 바쁜 사람. 그게 어느새부턴가 사람들이 내게 갖고 있는 인상이고, 아마도 내 에너지가 되는 한. 이런 연예인 스케줄은 계속 이어지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