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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에 2시간 반인 연애남매를 아직도 보고 있다. 이제 10회, 앞으로 6회가 남아있지만 중반이 넘어간 상태다. 어떤 커플은 원 앤 온리로 조금씩 호감을 키워가고, 어떤 커플은 공식 커플처럼 여겨질 정도로 굳건하고, 어떤 커플은 굳건한 줄 알았는데 삐그덕 거리고, 어떤 커플은 제대로 된 데이트 한 번 못했는데도 문자로 서로의 호감을 확인한다. 커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받아주지 않을 짝사랑이지만 계속해서 포기하지 않고 마음을 표현하기도 하고, 연출적으로는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지만 낯설고도 친밀한 이 숙소 생활을 즐기기도 한다.

처음엔 서로 남매인 것을 숨기고 있어 연기를 해야 했다. 하지만 마지막 남매가 들어오면서 누구의 혈육인지를 다 밝혔고, 나이도 모두 밝힌 상태다. 미스터리함은 모두 사라지고 이제 온전한 자신으로 사람들과 마주하는 상태. 한국이다 보니 나이를 알게 되어 호칭과 말이 편해졌다. 남매간에 오빠 누나라고 부르는 것은 물론, 동성 출연자들에게 스스럼없이 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남매간의 대화도 전보다 자유로워졌다. 처음의 연애남매가 시작하게 된 계기에 맞게 움직이는 건 재형세승 남매. 완전히 한 사람에게 사랑에 빠진 세승에게, 조금 거리를 두고 보라고 한 재형의 조언은 매우 적절했다. 그 덕에 세승은 마음의 상처가 될 상황에서 방패를 얻었다. 용우주연도, 한 방향으로 흐르는 마음이 조급하지 않도록, 조금씩 자신의 매력을 보여주라는 조언을 했다. 초아철현은 철현이 처음엔 잘 모르고 하는 조언으로만 보였는데, 이번 회차에 누구에게나 친절한 사람이 가진 위험성을 미리 예견하고 말한 것처럼 되었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남매 관계는 친하지만, 서로 퉁명스러운 관계다. 하지만 이 연애남매에 나온 사람들은 남매간에 이렇게 다정할 수 있다니! 하는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우리 누나가 가장 예뻤다는 정섭이나, 동생을 거의 업어 키운 거나 다름없는 용우, 매형을 구하러 나왔다는 철현을 보면 세상에 다시없는 유니콘들이다. 그나마 현실남매 같은 건 재형세승이었는데, 그래도 둘은 꽤 친하고 서로에게 조언을 잘해주는 편.

그런데 윤재지원은 연년생이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관계가 꽤 복잡하다. 지원은 동생이지만 집에서 가장 같은 역할을 하고 있고, 윤재는 동생에게 의지하는 편이다. 이 남매는 말을 예쁘게 하는 일이 없다. 그래도 지원은 윤재에 대해 좋은 점을 잘 어필해 주고 도와주는 편인데, 윤재가 특히 지원에게 툴툴거려 다른 남매들과 비교되는 부분이 많았다. 가장 늦게 입주한 이들은 프로그램 안에서 처음 서로 만났을 때 ‘야’라는 호칭으로 시청자들을 좀 놀라게 했다. 그동안 너무 다정한 남매들만 보아와서 그럴 것이다. 호칭뿐 아니라, 서로에게 좋은 말을 해주는 일도 드물다. 윤재는 동생을 예쁘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그건 더 이상 말하지 말아 달라고 하는데, 이런 공개적인 프로그램에서 저 정도 말하는 거면 실제로는 어떻게 말할까 싶기도 했다.

이번 회차에선 지원에게 큰 변화가 있었다. 여러 사람과 데이트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던 지원, 딱 이 사람이다 싶은 연이 없었는데 남매 듀엣 가요제에서 재형이 눈에 딱 들어온 거다. 하지만 그동안 같이 시간을 보낸 적도 없고, 앞으로도 있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 아쉬워하는 문자를 보냈다. 근데 재형도, 주연에게 희망고문을 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듀엣 가요제에서의 모습을 보고 문자를 보냈다. 문자를 받은 둘 다 서로 조금 의아해했고, 뭔가 이 복잡한 마음을 풀어보고 싶어서 윤재와 대화를 나누려 했다. 근데 윤재는 자신의 상황에 푹 빠져 지원의 이야기를 귓등으로 듣는 것이다.

섭섭한 지원은 화가 나는 감정까지 갔고, 혼자 울기도 했다. 말을 섞고 싶지 않아 하는 지원에게 윤재는 많은 남매가 그러하듯, 사과 없이 관계를 풀어보려는 시도를 했다. 왜 가족은 이렇게 배려가 없는가. 가족 간에 배려 없음을 경험한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도 그럴 가능성이 높고, 특히 친밀해진 사람에게는 더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 회차에 윤재지원 남매를 보며 이 프로그램은 이름에서도 내세우듯, 연애 못지않게 ’남매‘를 다루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적인 연애프로그램에 비해 자극적이거나 몰입할 부분은 적을 수 있지만, 가족 프로그램으로 보기엔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의리가 아니라, 재미로 이 프로그램을 끝까지 완주할 거란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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