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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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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사슴 2024. 1. 25. 09:14

아침에 헤이조이스에서 온 메일을 보고 놀랐다. 작년에만해도 50대에 구글 본사에서 신입사원이 되었다는 내용으로 강연을 하신 분인데, 구글에서 정리해고가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구글에서 아예 팀 하나를 날려 버린 것이라 했다. 정말 회복력이 중요한 게, 그가 살아온 삶의 궤적대로 이 참에 하고 싶었던 것을 하자는 마음으로 1만명의 사람 만나기를 해보고, 책도 썼다고 한다. 영어에 대한 책을 썼는데, 마흔에 영어를 본격적으로 배워보자는 마음을 가지고 10년동안 하다보니 50대에 구글 본사에 지원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고. 영어 공부에는 늦은 때란 없고, 정년이 없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시작하는 게 좋다고 했다. 요새 조금씩이라도 영어를 시작한 내게 큰 힘이 되는 말이었다.

얼마 전 다녀온 제주 여행에서 동료가 한 말이 머리에서 계속 맴돈다. 어릴 때부터 나는 새로운 스테이지를 경험해왔다. 초중학교를 한 지역에서 다녀 9년동안 만난 친구들을 뒤로하고, 낯선 지역의 고등학교에서 새로운 친구들과 만나 새로운 인연들을 만들고 적응했다. 대학 때도 그랬고, 사실 회사도 떠돌이처럼 그렇게 돌아다녔다. 운이 좋은 덕분에 마음이 맞는 친구들을 곳곳에서 만나 나를 이해해주는 친구들과 아직도 연을 이어가곤 한다. 그것에 나름 뿌듯함을 갖고 있었는데, 회사 동료가 외국으로 가면 그 스테이지가 더 넓어진다는 이야기를 했다. 뉴질랜드에서 살다온 그의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

외국에 나가려는 생각을 안해본 것은 아니다. 어릴 때 워홀을 가고 싶단 생각에 휴학도 했었는데, 내게 큰 장벽이었던 영어 때문에 시도를 해보지 못했다. 매번 I라고는 하지만 사람들과 교류하고, 함께하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내가 서툰 언어로 소통하는 것에 만족하고 살 수 있을까 하는 마음 때문에 해외에서 사는 것은 전혀 생각도 안하고 살고 있었다. 게다가 나이가 많다보니 해외에서는 환영할만한 사람도 아니고, 한국에서도 기술이 없어 할 일 찾기가 어려운 사람인데 해외에서 과연 내 한몸 건사할 일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된다.

한 십 년전 만났던, 예전 상사분이 했던 말이 있다. 당시 나는 트레바리도 열심히 하고, 오리엔티어링도 한참 하던 때여서 즐겁게 지낸다고 이야기했었다. 그런데 그 분이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모임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말을 해주셨다. 그땐 내가 무슨 사람들을 모을까 하는 생각이었는데, 지금은 하고 있는 모임의 대부분이 내가 같이 해보자고 제안한 모임이다. 그리고 정말 남들이 조직해준 모임보다 만족도는 훨씬 높다. 물론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 않은데,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너만의 모임을 조직해봐라, 전에 또다른 주문은 현재를 살라, 는 말이었다. 봉사활동으로 알게 된 선교사님이 해주신 말이다. 과거에 얽매여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못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미래의 삶을 위해 현재의 삶을 저당잡히지 말라는 말이었다. 그 당시의 나에게는 너무 어려운 일이었고, 그렇게 사는 것이 가능한가 싶었지만 나는 지금 어느 정도는 그렇게 살아가는 것 같다. 완벽한 삶이라고 생각하고 만족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지금 내 상태가 좋고, 원하는 방향의 삶을 살고 있다는 확신이 있다.

이번엔 외국으로 나가면 새로운 스테이지가 펼쳐질 것이다, 가 내게 새겨졌다. 지금은 너무 말도 안되고, 현실로 다가올 거란 생각도 들지 않는다. 하지만 십 년 뒤에 모든 주문이 이루어진 것처럼, 왠지 이 주문도 이루어질 거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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